[UFO칼럼]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비상장 주식시장의 한파가 매섭다. 외부 투자유치가 어려운 시기이다. 스타트업의 옥석 가리기는 시작됐다. 스타트업은 더욱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 건실해지는 것이 중요해졌다.
외부에서는 스타트업을 평가하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특정 기업의 어려운 상황이 보도되면 소위 전문가들은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분석하고, 한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피력한다. 일부 의견은 사실에 근거해 상당히 도움이 되지만 일부 의견은 근거가 부족한 사견도 많다. 스타트업 대표들 입장에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스포츠에 비유해보자. 축구나 야구와 같이 프로리그가 활성화된 종목의 경우 월드컵이나 국제 대회에서 경기력이 좋을 때는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 영웅 대접을 해준다. 반면 성적이 부진하면 전문 해설위원들 뿐만 아니라 스포츠 비전문가들도 함께 비판의 수위를 높인다. 온도차가 너무 심하다는 얘기다.
요즘 스타트업 대표들이 동일한 상황에 놓인 것 같다. 어려운 시기이다 보니 수많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혁신의 선두 주자로 불리던 기업들이, 불황기에 접어든 요즘은 정반대의 평가를 받기 일쑤다. 필자가 창업을 시작한 2019년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 기준은 매출·영업이익 등의 실적보다 앞으로 미칠 파급력에 중점을 뒀다. 때문에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기술의 혁신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최근 일부 벤처캐피탈은 "혁신적인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 새로워서 인지하기 어렵거나 비교할 만한 그룹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도 언급한 것이다. 평가는 참 쉽다. 하지만 혁신성을 증명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게 현실이다.
스타트업의 본질을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스타트업은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보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실패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술창업에 국한해도 2021년 기준 연간 23만개의 기업이 설립됐지만, 국내 거의 유일한 투자금 회수방법인 기업공개(IPO)는 연간 19개 수준이다. 확률로는 0.008%의 성공을 목표로 한다. 실패율이 99.992%에 달한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이 정도 확률이면 과거 사법시험 수석, 대학수학능력시험 서울 지역 수석,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 정도의 경쟁률로 볼 수 있다. 이런 시합에 나간다고 하면, 수능을 준비하는데 처음부터 서울 지역 수석을 노린다면 주변에서 걱정이 많을 것이다. '너무 그렇게 경쟁적으로 하지 말아라'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꿈을 이룰려면 지금부터 달라야 한다' 등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은 이같이 진심어린 걱정으로 충고를 해줄 수 있다. 충고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이런 각오로 시험을 준비하고, 도전하고,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좀 더 생각해서 조언을 해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야 조언해주는 사람의 진정성도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모두가 스타트업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평가를 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현 상황을 분석하고 조언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등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의 혁신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즉 이 시대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신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이 일을 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무모한 도전을 이어갈 기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업들을 우리가 너무 쉽게 평가함으로써 어렵게 나아가는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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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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