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창업의 이면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이사 기사 입력 2022.08.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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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대한민국은 지금 단군 이래 가장 창업하기 좋은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해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이 11조5000억원에 이르며 벤처캐피탈의 투자금은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익숙해졌으며,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쯤 창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인식도 긍정적으로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벤처 육성 프로그램은 전 부처로 확대됐고, 창업 관련 총 예산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유니콘, 데카콘 등의 신조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한국 기업의 외국 상장 또는 인수합병 등의 뉴스는 더이상 놀랍지 않은 소식이 됐으며, 서점에는 창업 및 경영과 관련된 서적으로 넘쳐난다. 2000년 제1 벤처붐 당시 6만여개였던 신설법인은 2020년 제2벤처 붐을 맞이해 12만개 이상으로 증가하며 창업 생태계가 2배 이상 성장했다.

그렇다면 창업의 어려움은 반감되었을까. 한때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또는 '사업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강했다. 창업의 난이도를 나타내는 이러한 말들은 제2벤처붐의 도래로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는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회사를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12만개 이상의 법인 창업기업이 쏟아져 나온 2020년에도 13개가 탄생하는데 그쳤다. 한마디로 창업 성공율은 0.01%라는 게 현실이다. 벤처붐과 상관없이 창업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 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여전히 힘들다는 얘기다. 즉 창업의 난이도에 큰 변화 없이 창업이라는 단어에 친숙해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창업자가 겪는 고통은 상당하다.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한 경우로 한정해도 마찬가지다. 제품 개발기에는 시제품 성능 규명 및 초기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외주협력사 발굴, 소비자 제품 선호도 분석을 해야한다. 제품 생산기에는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과 품질관리, 원가관리를, 제품 출시 시기에는 소비자 및 기업간의 협상과 마케팅 등을 챙겨야한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은 고급인재 영입과 이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무적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같이 간단히 추려 보아도 그 어려움의 강도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많은 창업자들이 만성 우울증,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마이클A 프리먼 교수가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창업자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10배 높으며, 50% 정도가 정신건강에 문제를 느낀다. 업무시간은 실리콘밸리의 경우 주당 80시간에 육박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창업자는 매일 불안감, 외로움에 시달리는 극한 직업인 셈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직접적으로 조망하기 보다는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검증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솔루션을 증명하기 위해 도전하는 창업자들에게는 재무적 투자 환경 개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관리 또한 중요하다. 얼마전 세상을 등진 김정주 의장의 사례는 그 성장 단계를 불문하고 창업자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관찰되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피투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에 창업자가 있다면 그들의 고충을 조심스레 들어주는 작은 실천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민족이며, 서로 돕는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다. 이제 창업자들을 위한 정신건강 품앗이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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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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