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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 등을 성공시켜 PC 시장을 개척하고, 아이폰 개발로 모바일 시대를 열었다. 잡스가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약 27억명에 달하는 온라인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도 있다. 페이스북은 또다른 아이폰이 아니라 아이폰이 만든 모바일 생태계를 타고 올라 거대한 성공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사람 중 누가 더 뛰어난 창업가일까.
필자는 2009년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경제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서울시와 함께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창업 생태계에 발을 딛었다. 해마다 창업자 1000명을 육성하자는 목표로 청년창업센터를 설립·운영했다. 당시만 해도 창업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명칭에 '사'가 붙은 직업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강했기에 매년 창업자 1000명을 배출하는 건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그즈음 아이폰이 국내에 등장했다. 청년창업센터의 많은 창업자들은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으며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몰두했다.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이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기준점을 제시했다면, 창업자들은 애플이 제시한 그 방향에 자신들의 열정을 더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페이스북도 곧이어 한국에 본격 진출했다. 남녀노소 모두 이 서비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후 애플과 페이스북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했다. 페이스북은 이제 세계 인구 3분의 1이 사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장했다. 두 회사는 현재 미국 시가총액 1위와 7위를 각각 기록하며 스타트업 업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뻔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낸 건 현재의 스타트업 업계에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투자와 컨설팅을 병행하며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보니 대부분 '아이폰 같은 어떤 것'을 만들고 싶어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야 성공한다고 믿는 경향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 하기보다 변화하는 세상에 먼저 올라타기만 해도 정말 훌륭한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AI(인공지능)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챗GPT로 주목받은 미국 오픈AI에 이어 중국 딥시크도 세상을 뒤흔들었다. 각국은 AI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우리 스타트업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과거를 돌아보면 스타트업이 반드시 '아이폰' 같은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세상에 없던 신기술을 만들기보다 지금의 AI 기술 위에 올라탈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길 권한다.
자율주행차를 예로 들면 모두가 새로운 자율주행차를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운전하지 않는 운전자'가 생겨날 것이고, 누군가는 그들을 위한 제품을 내놓으면 된다. 전세계 첨단기술이 집약된 올해 CES 2025에서도 필자는 AI 기반 기술의 '실현'과 '응용'에 집중된 전시를 여럿 확인했다. 많은 기업들은 각자 새로운 AI를 개발하기보다 현존하는 AI를 기반으로 구현 가능한 디바이스 중심으로 개발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상상 속 제품들이 실체를 갖고 전시에 등장했다. AI라는 파도에 올라타 성장하려는 전략이다.
CES 주관기관 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은 CES 전시관 중에도 스타트업이 밀집한 '유레카파크'에 대해 "세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기술이나 제품을 개선할 준비가 된 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차원에서는 "세상의 변화에 올라타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지금도 서울에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그날을 기대한다. 그때 한국에서도 잡스나 저커버그같은 창업가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이태훈 SBA 산업거점본부장[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