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제1회 '신격호 창업대회'가 남긴 것

이태훈 서울경제진흥원(SBA) 산업거점본부장 기사 입력 2025.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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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하는 스타트업에게

필자는 공공에서 직접투자업무와 투자자 대상 LP(재무적투자자) 업무를 모두 하다보니 다양한 스타트업 선발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곤 한다. 2024년 하반기 '제1회 신격호 롯데 청년기업가대상'(이하 신격호창업대회)도 그랬다. 고(故) 신격호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초석을 다진 대한민국 창업 1세대이다. 194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창업했고 1960년대 귀국, 기업보국(企業報國)과 도전정신으로 롯데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대회는 혁신적인 기술·솔루션·비즈니스모델을 보유한 스타트업, 과학기술 분야 유망주, 사회적 가치 창출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겸비한 스타트업, 글로벌 시장의 유망주 등 '리틀 신격호'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자리였다. 주최 측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대학생창업부문 214개, 일반인창업부문 205개사 등 총 419개사가 참여했다. 여기서 대상 5개팀 등 모두 18개팀의 청년 창업가를 선정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타트업이 있는 반면, 수상하지 못한 더 많은 스타트업들의 관점에서는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들의 공통된 실수를 점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초기 창업자들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내가 잘하는 것 또는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창업한다는 점이다. 이러면 창업초기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세상이 나의 아이템에 큰 관심을 갖고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성장통을 겪게 된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통이 따른다. 창업은 처음부터 세상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를 파악한 후 그것에 대한 해결능력이 나에게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지가 창업의 첫 단계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왜 저런 걸 만드는지 궁금해지는 괴짜 발명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둘째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심사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심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제안서에서 사족으로 느껴지고, 읽고 듣기에 불편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심사자가 한 대회에서 스타트업 한 곳이 아니라 50~100개 사이의 제안서를 검토하고, 현장에서는 10~15명의 발표를 듣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스타트업 자신만의 상황을 발표하게 된다면 심사자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제안서 작성 또는 발표시, 심사위원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넣거나 짧고 위트있는 내용들로 잠시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으로, 경진대회만큼 자신들을 홍보할 수 있는 큰 기회는 별로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주관사에서 판을 마련해 주었는데 너무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기회를 놓친다.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수상하는 것만이 목적인가 앞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참여한 것인가. 후자라면 심사자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심사위원들은 나름대로 그 분야에서 인정받아 초청된 이들이다. 신격호창업대회처럼 처음부터 심사위원을 공개한 자리라면 더더욱 그 환경을 활용해야 한다. 필자도 심사 전에 조금 먼저 와서 명함을 준 분을 아직 기억한다.

경진대회를 한 번 진행하려면 많은 분들의 숨은 고통과 희생이 필요하다. 이를 알기에 신격호창업대회에 참여한 것이 너무도 보람있고 행복했다. 수상하지 못한 분을 위한 포스트 세미나 등을 진행하는 것은 어떨지 앞으로 더 발전적인 행사를 위해 조심스럽게 건의해 본다.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태훈 SBA 산업거점본부장
이태훈 SBA 산업거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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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이태훈 서울경제진흥원(SBA) 산업거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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