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감한 초기투자, 발목 잡힌 AC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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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 등록 말소 건수/그래픽=김지영
액셀러레이터 등록 말소 건수/그래픽=김지영
설립 3년 이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초기투자 규모는 427억원으로 전년동기(883억원)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초기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4.6%에서 2024년 18.6%로 줄었는데 올해 1월엔 10.4%로 더 줄어들었다.

초기투자의 감소는 경기침체나 고금리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지나쳐선 안 될 문제다. 초기 스타트업들은 미래 스타트업 생태계의 체질을 결정하는 일종의 '성장 잠재력'이어서다. 이에 정부도 올해 모태펀드 출자 시 초기투자 가산점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분위기를 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 초기투자가 주력인 액셀러레이터(AC) 업계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VC도 초기투자를 하지만, 펀드 대형화가 수익의 한 요소인 VC 특성상 초기투자에만 주력하긴 어렵다. 40% 이상을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AC업계가 활성화되지 않고선 초기투자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

AC업계에선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34곳이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올해는 1분기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6곳이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다. AC업계는 VC와 달리 투자기업 보육을 해야해 인력·시간 등 비용은 더 많이 드는데, 초기투자 특성상 단기간에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펀드 규모도 작아 수수료 수익도 적다.

사실 해외 AC도 같은 구조다. 이에 해외 AC들은 투자·사업모델을 다변화해 수익을 낸다. 보육한 기업에 후속으로 계속 투자하거나 스타트업을 설립부터 돕는 컴퍼니빌딩(스타트업 스튜디오) 등으로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후속투자에도 예외를 두지 않는 초기투자의무, 경영목적 자회사 보유 금지 등 법과 시행령으로 이런 행위들이 규제된다.

AC업계는 규제들만 해소돼도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초기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해 10월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을 통해 규제 개선을 예고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예비·초기 스타트업들은 이를 기다릴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 늘 그렇듯,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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