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창업 요람' 액셀러레이터의 위기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0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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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시장의 혹한기가 지속되면서 초기 스타트업들이 겪는 투자유치의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이들 스타트업의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는 AC(액셀러레이터) 업계의 위기도 심상치 않다.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AC 등록 말소 건수는 3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등록 말소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AC 업계가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특히 등록 말소 AC 중 3분의 1 이상(12곳)은 2022~2023년 라이선스를 취득한 신생 AC였다.

올해 문을 닫는 AC는 더욱 많을 전망이다. 2016년 11월 AC 제도가 본격 도입된 후 AC들이 속속 결성한 투자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인데, 안타깝게도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엑싯(투자금 회수) 실적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AC 업계도 혹한기와 맞물려 한동안 거센 구조조정의 바람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 지원금에 기대 보육 사업을 중심으로 연명하며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AC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AC 업계도 이제는 양적 팽창보단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점에서 우후죽순 생겨난 AC, 투자실적이 전무한 개점휴업 상태의 AC가 정리되는 것은 일견 바람직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AC들이 영세한 구조를 벗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본질이라는 점이다.

AC의 보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로 진행된다. 투자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초기 투자가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싶어도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AC 업계가 요구하는 투자의무비율 완화, 자회사 설립제한 개선, VC(벤처캐피탈) 출자제한 완화, 모태펀드 확대, AC 상장 활성화 등에 정부와 국회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내외 요인으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를 살리려면 AI(인공지능)·딥테크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활약할 스타트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이들을 키워내는 요람과도 같은 AC가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도 실질적인 정책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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