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러한 혁신 생태계가 양적으로 크게 팽창했다고 해서 그 내실 역시 충분히 다져졌는지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난 몇 해 동안 이어진 고금리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많은 기업이 충격을 겪고 폐업하는 등 시장 전반이 '위기의 시간'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VC는 일정 기간 내에 자금을 회수해야 하므로 재무적 지표와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다 보니 많은 스타트업이 지금은 '이익과 가치' 중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과 VC는 왜 존재하는가'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결국 이들은 '미래를 앞당기는 혁신가'로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이나 새로운 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금 우리는 이익(profit)의 영역에 있는가, 아니면 가치(value)의 영역에 있는가?", "충분히 사고(thought)했는가, 혹은 과감히 행동(action)으로 옮길 시점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시장 상황이 엄혹하기에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것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만으로는 미래를 완벽히 보장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오직 가치만을 강조하기에는 자본시장의 현실적 압박을 무시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 축'에 대한 재해석이다. 창업자는 단기 성과에 매달려 중장기 비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VC 역시 장기 투자를 지향하든 단기 회수를 노리든 간에 이익과 가치가 충돌하지 않도록 투자 철학을 정교하게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과 VC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은 이익을 극대화해야 할 시점인가, 아니면 가치를 다져야 할 시점인가?", "깊은 사고를 통해 전략을 재검토할 때인가, 아니면 과감한 실행에 돌입해야 할 때인가?"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판단을 내린 뒤에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결국 이익과 가치, 사고와 행동은 결코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이익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장기적 가치창출 역시 쉽지 않고, 가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익의 기반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사고 없이 실행에만 몰두하면 실패 가능성이 커지고, 실행 없이 사고만 반복하면 가능성의 영역에 갇혀버린다. 이 두 축을 균형 있게 통합하는 능력이야말로 미래를 앞당기는 혁신가들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소프트웨어, 바이오, 제조,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사례들을 배출해왔다. 다만 세계 무대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M&A(인수합병)나 IPO(기업공개) 등 투자 회수 시장의 안정성과 규모, 규제 및 제도 개선, 글로벌 인재 유입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한국 스타트업과 VC가 갖춘 역동성은 충분히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제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판단과 행동을 취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환경과 기업 특성, 그리고 창업자 스스로의 미션에 따라 최적의 전략은 달라질 수 있지만, 어떤 선택을 내리든 '이익과 가치의 공존' 그리고 '사고와 행동의 결합'이라는 원칙을 지켜 나간다면 한국 스타트업과 VC는 내실과 외연을 모두 갖춘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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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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