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칼럼]

물 속에서 넓은 시야로 주변을 살피는 물고기, 하늘에서도 작은 먹잇감을 포착하는 매, 어두운 밤에도 조용히 사냥에 성공하는 고양이. 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볼 수 있을까?
동물들은 각자의 서식 환경에 맞게 생존에 최적화된 눈을 진화시켜 왔다. 그런데 이 놀라운 '눈'들이 이제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바로 자연을 닮은 카메라, 생체모사(Bio-inspired) 카메라 기술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카메라는 렌즈, 이미지 센서, 그리고 데이터 처리 장치가 정해진 방식대로 작동하지만 현실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 조명은 끊임없이 바뀌고 사물은 예측할 수 없이 움직이며 상황에 따라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자율주행차나 드론처럼 실시간 반응이 중요한 시스템에서는 단순히 '잘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고 중요한 부분을 선별하며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인 판단을 하는 똑똑한 눈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실마리는 자연 속에 있다. 예를 들어, 물고기는 구형 렌즈와 반구형 망막 구조 덕분에 눈 하나로 약 160도에 달하는 넓은 시야를 확보한다. 물속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주변을 폭넓게 감지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진화한 이 구조는 드론이나 수중 로봇에 적용되어 복잡한 렌즈 없이도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조류, 특히 매나 독수리는 눈 안쪽에 있는 '중심와(fovea)'라는 특수한 구조 덕분에 수백 미터 거리에서도 작은 먹잇감을 선명하게 식별한다. 시각 세포가 밀집된 이 구조로 인해 마치 고배율 망원경처럼 좁은 영역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원리는 고성능 감시 카메라나 정찰 센서에 적용되어, 정밀한 영상 정보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양이는 '타페텀 루시덤(Tapetum lucidum)'이라는 반사판 구조를 통해 들어온 빛을 다시 한번 망막에 반사해 어두운 밤에도 또렷한 시야를 확보한다. 이 덕분에 고양이는 극도로 낮은 조도에서도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야간 감시 카메라, 자율주행차의 저조도 센서 등에 적용할 경우, 인간보다 뛰어난 '야간 시야'를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동물들의 눈은 단순한 생물학적 구조를 넘어, 과학기술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의 시각 시스템에서 유래한 생물학적 원리는 스마트 카메라 기술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어떻게 보느냐'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해서도 자연으로부터 배워가고 있다.
인간의 망막은 단순히 빛을 감지하는 센서가 아니라, 시각 정보를 일차적으로 처리하는 복잡한 신경망이다. 즉, 우리의 망막은 단순한 카메라가 아니라 정보를 편집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데 이를 본떠 만든 것이 바로 '뉴로모픽 이미지 센서'다. 이 센서는 일반 카메라처럼 모든 영상을 저장하거나 전송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선택해 실시간 처리한다. 덕분에 데이터 전송 지연과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실시간 반응이 중요한 로봇이나 자율주행 시스템에 최적화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생체모사 카메라 기술은 더 이상 연구실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율주행차의 야간 센서, 드론의 장애물 감지 시스템, 공장 자동화 장비, 가상현실 기기, 심지어 인공 망막 같은 의료용 장치까지 '동물처럼 보고 반응하는' 기술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기술은 종종 자연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해답을 찾는다. 수억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다듬어진 동물의 눈은 단순한 생존 도구가 아닌, 정밀한 생체 광학 시스템이다. 이로부터 탄생한 생체모사 카메라는 단순히 세상을 '보는' 것을 넘어, 환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기술의 힌트는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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