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맥경화' 유발하는 IPO 문턱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5.04.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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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수익을 내는 기업마저 못 받겠다는 상황이니 어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앞에서 꽉 틀어막으면 신규 투자는 엄두도 못 냅니다. 생존을 고민해야 할 상황입니다."

한 벤처캐피탈(VC) 임원은 IPO(기업공개) 현황과 관련해 이같이 답했다.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 A사가 최근 상장에 도전했지만, 거래소는 심사를 철회했다. 이유는 매출 규모. 코스닥 상장 요건(연 매출액 100억원 이상)은 충족하지만, 상장하기엔 아직 덩치가 작다는 것.

까다로워진 거래소의 상장요건 눈높이는 최근 상장예비심사 철회건수로 나타난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장예비심사 철회건수는 11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거래소의 높아진 상장 문턱을 체감한 기업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연간 상장건수 한도를 정해놓은 건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 요건을 갖춘 기업이라도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관리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죽하면 증권사 IPO 부서들은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거래소의 상장심사에 대응하고 있다.

불똥이 튄 건 VC들도 마찬가지다. IPO가 막히면서 투자회수에 애를 먹고 있다. 투자를 회수하고, 실적을 쌓아 신규 펀드를 결성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투자회수, 펀드 청산, 펀드 결성, 신규 투자로 이어지는 벤처투자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실제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창업 3년 이하 초기 스타트업 투자액은 12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2.3%에서 2025년 16.8%로 줄었다. IPO 가능성이 있는 검증된 중후기 스타트업에만 투자가 몰린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몸이라고 하면 투자회수는 심장이다. 회수된 투자금은 다시 펀드 결성에 활용돼 스타트업 생태계에 신선한 피(투자금)를 공급한다. 국내 벤처투자 회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IPO가 막혀 있다. 이 '돈맥경화'를 풀지 않는 한 스타트업 생태계도 발전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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