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ES에 등장한 'K-의전'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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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가 운영한 CES 통합한국관 내부 사진.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기사에서 언급한 전광판은 통합한국관 외부에 설치됨 /사진=코트라
코트라가 운영한 CES 통합한국관 내부 사진.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기사에서 언급한 전광판은 통합한국관 외부에 설치됨 /사진=코트라
"○○기관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얼마 전 폐막한 CES 2025의 통합한국관. 전시관 한쪽면의 기다란 전광판에 이런 메시지가 송출됐다. 통합한국관 로고 자리지만 '귀빈'이 방문할 땐 재빠르게 기관의 명칭이 담긴 환영 인사가 나왔다. 환영 인사는 기업들의 로고보다 더 크고 밝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사를 받은 주인공들은 대부분 통합한국관을 지원해준 국내 공공기관이었다. 기업들이 기다리던 해외 바이어들과 벤처캐피탈(VC)들은 핵심 임직원만 소수로 방문해 환영 인사를 받지 못했다. 어차피 해외 참관객은 이런 의전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른 나라 전시관에도 귀빈 환영 인사는 없었다.

이처럼 CES 한국 전시관들에서는 주인공을 헷갈리게 만드는 장면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전시관 내 기업 배치부터도 그랬다. 다른 나라 전시관들은 1열 '헬스케어', 2열 '로봇' 등 산업별로 기업을 배치했다. 특정 산업에 관심 있는 참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모든 기업을 볼 수 있도록 한 배치다.

반면 한국 전시관들의 기업 배치 기준은 지원기관이었다. 예컨대 코트라의 통합한국관 내에서도 1열은 용인시가 지원한 기업, 2열은 충청남도 지원 기업 식이다. 창업진흥원의 'K-스타트업 통합관', 서울경제진흥원의 '서울통합관' 등도 마찬가지였다. 로봇 기업 옆에 전혀 상관없는 기업이 있었고, 또 다른 로봇 기업은 저 멀리에 있었다. 한 관계자는 "남대문 시장도 여기처럼 중구난방으로 배치하진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CES의 스타트업 전시관은 정부·기관이 '국가관'을 만들고 여러 스타트업을 입점시키는 것이 관례다. 이에 간혹 다른 나라의 전시관에도 비용지불의 주체인 지원기관의 명칭을 적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다만 주인공은 기업이었다. 지원기관 중심의 의전이나 부스 배치를 택한 전시관은 없었다.

한국의 전시관들이 셀프 홍보하느라 기업을 내팽개쳤다는 게 아니다. 모두 나름의 노하우로 전시관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들의 전시 효과를 높여줬다. 전시 지속을 위해 어느정도는 지원기관을 홍보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CES가 왜 열리는지, 왜 참가하는지를 잊어선 안 된다. 전시의 주인공은 기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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