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험투자시장 이대로 괜찮은가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기사 입력 2025.01.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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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협회장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협회장
AI(인공지능)가 강하게 세상을 몰아붙이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벤처투자의 65%가 AI 관련 투자라고 한다. 이처럼 한 분야에 이렇게 치우친 경우가 없었다. 오픈AI는 단번에 66억달러(약 9조6611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를 받았다. 연간 한국 벤처투자 총액과 맞먹는다.

챗GPT는 2029년 오픈AI의 매출과 이익을 각각 1조달러, 1300억달러로 예측했다. 기업가치 3조6686억달러인 애플의 지난해 예상 매출 3910억달러, 이익 911억달러와 비교해도 놀라운 수준이다. AI 기술의 발달로 모든 산업에서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 중국과 경쟁할 만한 자본력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우수 인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실행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들이 산재해 있다. 강자가 더욱 강해지고 집중되는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한 산업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2012년 화장품 산업의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한 결과, K뷰티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처럼 타다, 법률, 세무, 가상자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 창업자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것이다. 규제 혁신의 과정에서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규제를 풀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외부세력에 의해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코스닥은 모험자본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의 약 60%가 기업가치 1000억원 미만이다. 이들은 규모와 지분율 문제로 200억~300억원 수준의 투자만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창업 단계부터 수천억원의 자본을 조달하는데 국내 기업이 이 정도 규모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스닥 시장이 더 커져야 하고, 더 큰 기업들이 상장돼야 한다.

그러나 코스닥에 상장된 큰 기업들은 코스피로 이전하려고 한다. 2025년 상장 예정인 IPO(기업공개) 대어들 역시 코스피를 선호한다. 코스닥이 기술 중심이 아닌 2부 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코스닥을 코스피와 분리해 독립 운영하는 방안 등이 고려돼야 한다. 현재의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두 시장이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코스닥이 미국 나스닥처럼 기술 중심의 상장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시장이 우수 기업 유치와 유지를 위해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AI로 인한 미국 중심의 극단적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간은 많지 않다. 과감한 규제 철폐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해 모험투자와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변화 없이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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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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