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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2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에서 시민들이 환경 의식 고취를 위해 광장에 쌓아둔 의류 더미를 구경하고 있다. 이 행사는 의류 산업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섬유 폐기물 대부분이 매립지로 향하고 있어 환경 파괴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에 체코 정부는 2025년부터 섬유 폐기물 수거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패션 산업은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의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폐기물도 다량으로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약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청바지 한 벌을 염색할 때는 4인 가족의 6일치 생활용수에 해당하는 물이 소비된다고 한다. 합성 섬유 생산에는 다량의 석유가 사용되고, 염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화학 물질은 수질 오염을 유발한다.
유행의 빠른 변화와 함께 의류 폐기물도 급증하는 가운데, 이미 사용됐던 제품을 다시 판매하는 '리커머스'(Recommerce)의 가치가 패션 산업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단지 중고거래가 아닌 자원순환과 함께 개인·기업에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다.
대중적으로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이 리커머스 플랫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같은 C2C(개인 간 거래) 기반 플랫폼과 달리 B2B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리커머스 솔루션 스타트업도 있다. 브랜드 리세일 솔루션 '릴레이'를 운영하는 마들렌메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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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리커머스 도입에 필요한 서비스 전반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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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메모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쉽게 말해 '기업의 리세일 비즈니스 대행'이다. 패션 시장에 '브랜드 인증 리세일'을 새로운 카테고리로 정착시킨 국내 첫 기업이며, 대형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리세일 서비스의 확장성을 입증해 왔다.
현재 코오롱(22,900원 ▼900 -3.78%) FnC와 협업해 코오롱몰 전용 리세일 마켓인 'OLO 릴레이 마켓'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내 국내 대표적인 생활문화기업 LF의 자사몰 전용 리세일 마켓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릴레이는 패션 브랜드가 중고마켓을 도입하는데 필요한 기술, 물류, 운영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 각 브랜드는 중고마켓 운영에 필요한 정책을 정하기만 하면 그 이후 모든 업무를 릴레이가 전담해 운영한다.
특히 △더 많은 고객의 자사몰 방문 △리텐션(유지율) 증진을 통한 새 상품 판매 유도 △고객의 신상품 접근성 제고 △브랜드 로열티 강화 △순환모델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등 다양한 비즈니스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릴레이는 패션 산업이 갖고 있는 환경 오염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D2C(소비자 직접거래) 전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마들렌메모리 관계자는 "브랜드 리세일은 순환 경제 모델의 대표적 유형으로, 의류 사용 가치를 연장해 과잉 생산이 초래하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노스페이스, 아미, 뉴발란스, 룰루레몬 등 다수의 브랜드가 리세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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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서 품질 보증, 신품 수준 리세일 제품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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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메모리는 브랜드 인증 리세일 서비스의 성장성을 인정받아 최근 21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2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신규 투자사인 에이벤처스가 리드 투자사로 참여했고, 기존 투자사인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는 후속 투자에 나섰다.
투자사들은 마들렌메모리가 패션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신혁 에이벤처스 심사역은 "팀 자체가 예전부터 패션 비즈니스 관련 창업을 했던 경험이 있다. 대형 브랜드의 수요에 맞춰야 하는 부분을 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회사"라고 했다.
그는 "사업 영역이 인증 중고차 시장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신품 수준으로 돌아간 패션 제품을 리세일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소구점이 있다"며 "브랜드에서 품질을 보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싼 새 옷을 사지 않아도 높은 만족도를 느낀다"고 말했다.
고객사도 점진적으로 늘고 있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신혁 심사역은 "투자 검토를 하는 동안 다양한 대기업 브랜드들과 매칭이 이뤄졌다.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매출 볼륨도 곧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중들에게 중고거래의 대명사가 '당근'이라면 기업 측면에선 '릴레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소비자들이 옛날 브랜드 옷들을 꺼내 기업에 팔고, 다시 새로운 소비자가 그 옷을 사는 일련의 행위가 릴레이를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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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ESG 경영' 실천 핵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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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마들렌메모리가 브랜드 기업들과 협업하는 리커머스 모델에 대해 시장에서 분명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어 투자를 결정했다"며 초고가 명품이나 저렴한 제품보다는 중간 영역 제품군의 리세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이 2027년부터 도입키로 한 '디지털제품여권(DPP)'처럼, 릴레이는 패션 업계가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핵심 방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DPP는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사용·재활용 등 모든 과정을 전자적으로 관리·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다.
마들렌메모리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릴레이의 제휴 모델을 다각화해 패션 제조사뿐만 아니라 백화점 등 영향력 있는 유통사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브랜드 리세일의 고객 접근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는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리세일에 대한 고객 수요를 브랜드 서비스로 만들어 고객에게는 합리적인 소비 옵션을,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