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투자흐름을 쫓아가면 미래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발생한 벤처·스타트업 투자건수 중 가장 주목받은 사례를 집중 분석합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 혜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씨는 매달 돌아오는 세금신고, 직원 급여 명세서 발송, 경정청구(세금 환급) 처리 때문에 늘 머리가 아팠다. 국내의 한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알게 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매출·손익 현황이 매달 카카오톡 요약 리포트로 전달된다. AI가 부가치세 예측을 돕고, 세금 환급 가능성이 있을 땐 경정청구를 추천해준다…."
AI 세무·재무 솔루션 스타트업 혜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을 가정한 설명이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일수록 복잡한 금융·세무 업무를 다룰 자체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최근 세무 서비스 시장에 자동화 플랫폼을 넘어 '에이전트' 즉 비서처럼 일해주는 서비스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신고를 돕는 '도구형' 서비스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조치하는 '비서형' AI의 영역이 커질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혜움'이 10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투자자인 IBK기업은행, 쿼드벤처스가 후속 투자를 이어갔고 키움인베스트먼트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누적투자금액은 210억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은 혜움의 사업자용 AI 에이전트 서비스 기술력과 고도화 가능성을 주목했다.
시리즈A에 이어 후속 투자에도 나선 쿼드벤처스는 "혜움의 주요 타깃인 스타트업 소상공인 소규모 기업은 전문 회계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복잡한 세무·재무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에이전트 SaaS(서비스형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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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처럼 지시하면 바로 실행…세무·재무 골치 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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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혜움혜움은 옥형석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사업자용 세무 처리를 지원하는 챗 기반 '알프레드'가 대표적이다. 알프레드는 영화 '배트맨'에서 배트맨을 충실히 보좌하는 비서이자 집사 이름에서 착안했다. 이외에 사업자 경정청구 서비스 '더낸세금'도 별도로 운영한다.
옥 대표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플랫폼 유니콘팩토리에 "영화 '아이언맨'의 AI 로봇 '자비스'보다는, 배트맨의 비서 '알프레드'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자비스 역시 똑똑하지만 시키는 과제 위주로 처리한다면 알프레드는 영화 속 설정처럼 '알아서' 주인공에게 필요한 일을 챙겨준다.
혜움의 알프레드는 이를테면 부가세 예측 기능으로 자금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갑작스럽게 인건비를 신고할 사안이 있어도 카카오톡에 "급여 명세서 보내줘"라고 입력하면 바로 처리한다. 혜움은 이 기술로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초격차 스타트업에 포함됐다. 기술보증기금의 기술사업평가결과에서 A+ 등급을 받는 등 기술력도 검증됐다. 혜움 개요/그래픽=윤선정
김정우 쿼드벤처스 대표는 "혜움은 IBK 기업은행, 네이버 등과 협업을 통해 ISO 등 인증을 획득했고 기술뿐 아니라 그 기술을 움직이는 데이터를 함께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혜움은 세무 자동화 솔루션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실제 거래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확보했는데 이게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 자산이란 설명이다.
김 대표는 "세무와 재무는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업무 구조인데다 한국은 전자세금계산서, 홈택스 API, 공공데이터 연계 등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라며 "AI 에이전트가 시스템에 접속, 정보조회나 전송까지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대기업 세무·재무 담당자 역시 맞춤형 AI 에이전트를 개별적으로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막대한 규모의 시장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혜움은 이번 투자로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AI 에이전트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기존의 전문가 상담, 세금계산서 무료 발급과 같은 편의 중심의 기능을 넘어 미수·미지급금 관리도 하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