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글로벌, 원대하고 발칙하며 대담한 목표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기사 입력 2025.01.12 07: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UFO 칼럼]

박재준 앤톡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재준 앤톡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25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개인적으로 새해 다짐을 하듯, 기술 기업들 또한 전사적 사업 계획과 미래 전략을 치열하게 구상하는 시기다. 투자 혹한기가 길었던 만큼,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위한 목표 설정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기술, 매출, 투자 등 올 한해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이정표는 스타트업마다 가지각색일 것이다.

1994년 경영학자 짐 콜린스와 제리 포레스는 자신들의 저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속에서 기업의 장기적 목표 설정 방법으로 'BHAG (Big Hairy Audacious Goal)'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직역해보자면 원대하고 (Big), 발칙하며 (Hairy), 대담한 (Audacious) 목표이다. 무모해 보일 정도로 목표가 거대하더라도 이를 긴 호흡으로 진지하게 추구한다면 결국에는 조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사업의 경계가 점차 확장되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성을 개척하여 인간을 보내겠다고 하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비전을 처음 발표했을 때 혹자는 다소 소설 같은 이야기로 웃어 넘겼을 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5차 시험 비행에서 젓가락 팔을 이용하여 로켓 부스터를 붙잡는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음을 전세계인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오히려 야심 찬 목표가 존재했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욱 더 가속화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비전은 충분히 크고 담대한지 자문해 보면 좋겠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해외 진출이 주요 화두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무대를 꿈꾸는 혁신벤처 기업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세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실력과 노력이 필수적이겠지만, 아무리 필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없다. 정부의 스타트업 해외 진출 활성화 정책도 세계 시장을 품지 않은 창업가를 글로벌 무대로 보낼 순 없다.

창업가로서 글로벌 차원의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이 사실 쉽진 않다. 해외 진출은 근본적으로 오랜 준비기간과 투자가 필요한데, 여러 경영적 위기와 단기적 성과에 대한 압박은 창업가로 하여금 사업화에 용이한 내수 시장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해당 기업의 사업 모델이 국내 생태계에 너무 고착화 된 상태로 자리잡게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국내에서 거둔 일정 정도의 성공과 실적이 창업가로 하여금 안주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필자가 몸담고 있는 앤톡도 참가한 CES 2025의 통계는 참 고무적이다. CES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기업이 약 130개에 달하여 전체 60% 이상이라고 한다. 스타트업 전용관인 유레카파크에 전시 중인 전체 1300개 기업 중 625개가 한국의 혁신 기업으로서 약 48% 수준이다.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를 공략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표로 해석하고 싶고,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체질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는 분명 물리적, 환경적, 제도적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진입 장벽은 창업가의 내적인 요인, 심리적인 것이다. 익숙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마냥 두렵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상과 아카데미상을 거머쥐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혁신 기술 기업도 세계적인 수준에서 인정 받고 주도할 수 있는 잠재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더 많은 창업자들이 담대한 포부를 가슴에 품고 정진하면 좋겠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박재준 앤톡 대표이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