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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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이 되면 유명 작가와 화가가 썼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스케줄러를 사고 있다. 1년 내내 가방에, 때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새 수첩을 들이는 의식을 3만원에 치르는 셈이다. 여느 기술 낙관론자 답지 않게, 나는 구글 캘린더가 아닌 이 수첩에 모든 일정을 적는다. 그리고 12월 말이 되면, 이 수첩을 넘겨보며 올해는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아보려고 숫자를 센다.
올해는 50건의 평일 점심 약속이 있었다. 공휴일을 제외한 249일 가운데 겨우 20%만 외부에서 점심 약속을 잡았다는 것에 약간 반성하게 되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살았다. 저녁 약속은 70건이었다. 장기 출장과 휴가, 교육 기간들을 제외하면 적어도 한 주에 두 번씩은 저녁 밥을 외부에서 먹은 셈이다. 체중 증가분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서른 개의 행사와 간담회에 참여했고, 스물 네 편의 외부 공개용 원고를 썼으며, 열 두 편의 슬라이드를 만들어 발표를 했다. 작성한 원고들과 내 입에서 나간 말의 단어수를 세면 수십만개는 될 것 같은데, 경솔하게 군 적은 없었는지 새삼 돌이켜보게 된다.
나만 이렇게 빼곡히 살았을 리 없다. 하필 MZ세대의 소셜 키워드 중 하나가 '갓생'과 'N잡러'라서 그런 건지, 많이들 정말 바쁘게 산다. 방과 후, 퇴근 후, 방학 때, 휴가 때 집중해서 하게 된다는 사이드 프로젝트와 플랫폼의 수가, 공식 데이터는 없지만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사이드 프로젝트 두 곳에 참여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슬쩍 게을러지고 싶을 때에도, 상대방은 훨씬 더 바쁘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죄책감이 커지곤 했다.
이렇게까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지 않아도, 수십 끼를 밖에서 먹지 않아도, 본인의 자리에서 몫을 다하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이웃 대부분의 삶이 그러할 것이다. 성장을 위해, 자기 만족을 위해, 생존을 위해, 혹은 다양한 가능성을 위해, 우리 개인들은 열심히 살고 있다.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며 말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경제 지표들은 막막한 현실과 답답한 앞날을 반영한다. 코스피 지수는 12월17일 종가 기준 2456.81로 올해 첫 주식시장 개장일인 1월2일(2669.81)로부터 8%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 날 기준 694.47로 21% 하락했다.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을 다시 계산했다.
대내외 리스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리의 성장 동력은 미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배터리처럼 우리의 주요 경쟁력으로 꼽히던 섹터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으로 경쟁력이 옅어지고 있다. AI(인공지능) 분야는 인재 유출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 3대 AI 국가 진입이지만, 근래 나온 BCG 보고서의 평가는 다르다. 한국은 미국, 중국,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로 구성된 선도국가 군보다 한 단계 아래인 '2군'에 묶여있다. 기술적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며,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뾰족하게 우리만의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인데,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발목이 잡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개인들은 주눅들 수 밖에 없다. 벌어지는 정치적 현상, 나오는 뉴스들 모두 하나같이 잿빛이다. 달려나가도 모자라는 판국에 한참을 뒷걸음질 친 상태이니 자존감도 한껏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노력에 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붙들고 있는 한계가 퍽 묵직하게 와닿는 요즈음이다. 우리 다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데, 우리 정말 괜찮은 사람들인데. 새해에는 부디 어처구니 없는 일로 우리의 긍정적인 생각, 자신감, 희망 같은 것이 꺾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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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이 되면 유명 작가와 화가가 썼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스케줄러를 사고 있다. 1년 내내 가방에, 때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새 수첩을 들이는 의식을 3만원에 치르는 셈이다. 여느 기술 낙관론자 답지 않게, 나는 구글 캘린더가 아닌 이 수첩에 모든 일정을 적는다. 그리고 12월 말이 되면, 이 수첩을 넘겨보며 올해는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아보려고 숫자를 센다.
올해는 50건의 평일 점심 약속이 있었다. 공휴일을 제외한 249일 가운데 겨우 20%만 외부에서 점심 약속을 잡았다는 것에 약간 반성하게 되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살았다. 저녁 약속은 70건이었다. 장기 출장과 휴가, 교육 기간들을 제외하면 적어도 한 주에 두 번씩은 저녁 밥을 외부에서 먹은 셈이다. 체중 증가분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서른 개의 행사와 간담회에 참여했고, 스물 네 편의 외부 공개용 원고를 썼으며, 열 두 편의 슬라이드를 만들어 발표를 했다. 작성한 원고들과 내 입에서 나간 말의 단어수를 세면 수십만개는 될 것 같은데, 경솔하게 군 적은 없었는지 새삼 돌이켜보게 된다.
나만 이렇게 빼곡히 살았을 리 없다. 하필 MZ세대의 소셜 키워드 중 하나가 '갓생'과 'N잡러'라서 그런 건지, 많이들 정말 바쁘게 산다. 방과 후, 퇴근 후, 방학 때, 휴가 때 집중해서 하게 된다는 사이드 프로젝트와 플랫폼의 수가, 공식 데이터는 없지만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사이드 프로젝트 두 곳에 참여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슬쩍 게을러지고 싶을 때에도, 상대방은 훨씬 더 바쁘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죄책감이 커지곤 했다.
이렇게까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지 않아도, 수십 끼를 밖에서 먹지 않아도, 본인의 자리에서 몫을 다하는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이웃 대부분의 삶이 그러할 것이다. 성장을 위해, 자기 만족을 위해, 생존을 위해, 혹은 다양한 가능성을 위해, 우리 개인들은 열심히 살고 있다.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며 말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경제 지표들은 막막한 현실과 답답한 앞날을 반영한다. 코스피 지수는 12월17일 종가 기준 2456.81로 올해 첫 주식시장 개장일인 1월2일(2669.81)로부터 8%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같은 날 기준 694.47로 21% 하락했다.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을 다시 계산했다.
대내외 리스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우리의 성장 동력은 미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배터리처럼 우리의 주요 경쟁력으로 꼽히던 섹터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으로 경쟁력이 옅어지고 있다. AI(인공지능) 분야는 인재 유출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 3대 AI 국가 진입이지만, 근래 나온 BCG 보고서의 평가는 다르다. 한국은 미국, 중국,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로 구성된 선도국가 군보다 한 단계 아래인 '2군'에 묶여있다. 기술적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며,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뾰족하게 우리만의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인데,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발목이 잡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개인들은 주눅들 수 밖에 없다. 벌어지는 정치적 현상, 나오는 뉴스들 모두 하나같이 잿빛이다. 달려나가도 모자라는 판국에 한참을 뒷걸음질 친 상태이니 자존감도 한껏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우리의 노력에 비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붙들고 있는 한계가 퍽 묵직하게 와닿는 요즈음이다. 우리 다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데, 우리 정말 괜찮은 사람들인데. 새해에는 부디 어처구니 없는 일로 우리의 긍정적인 생각, 자신감, 희망 같은 것이 꺾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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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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