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다시 고개 든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기사 입력 2024.12.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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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한국 경제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주요국 증시와 달리 한국 증시는 나홀로 역주행하고 있어 '우는데 뺨 맞은 격'이 됐다. 주요 40개국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보다 더 하락한 곳은 러시아(-18.4%) 뿐이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뉴욕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트럼프 랠리(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트럼프 랠리에서 한국만 소외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경제가 이미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데다 트럼프 2기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의 관세를,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서도 관세를 올리면 대미 수출이 어려워지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금리와 주요 기업의 실적 어닝쇼크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해진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 중 경기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경기와 주가는 같은 방향, 즉 정(+)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경제가 성장하고 회복하는 경기 호황기에는 기업들의 수익이 증가해 주가가 상승하며 침체기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 주가가 낮은 것은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말이다. 특히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고 수출 품목도 반도체나 자동차로 편중돼 있어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경기와 주가가 항상 정의 관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주가는 미래의 경기, 기업들의 예상실적과 성장성을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12·3 비상계엄 사태와 트럼프 랠리 같은 정치·사회적 요소 등 복잡한 현상들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높은 금리도 낮은 주가의 원인 중 하나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유동성의 후폭풍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자 물가가 폭등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갑작스럽게 주가가 하락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였다.

이에 당국도 부진한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배당절차 개선 등 제도적인 변화를 추진했고 핵심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올해 한국 채권 시장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는 성과도 있었다.

문제는 비상계엄 사태로 그동안 쌓아올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대로 올해 상승곡선을 그리던 금융주의 주가가 이번 사태로 가장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제대로 못 박은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지만 사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정치 리스크가 아니다. 수출 둔화와 경기 부진, 트럼프 이후의 관세 문제 등이 더 큰 걱정거리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수습되든 최소 몇 개월간 정부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해보인다.

여야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는 정치 영역에서 떼내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밸류업 지원, 금리 인하, 기업의 자율적 밸류업 노력,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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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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