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러 가는 곳 아냐"…엄마 생각하며 만든 이 회사 '대박' 비결[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5.04.1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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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요양원 찾다 지친 어머니 보고 스타트업 '로티' 창업…
영국 국민건강서비스도 이용 "요양원계 에어비앤비 되겠다"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사진=로티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로티 홈페이지 갈무리
부모를 요양원에 모셔본 사람들은 요양원 고르기가 내 집 고르기보다 훨씬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시설은 어떤지, 환경은 쾌적한지, 의료 서비스는 어떻게 제공되는지, 병증이 있는 부모라면 병증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등을 고루 따져야 한다. 요양원 정보를 모아놓은 포털 사이트들이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정보가 모자라거나 불확실해 또 발품을 팔고 주변에 귀동냥을 하기 일쑤라고 한다.

2021년 요양원 매칭 스타트업 '로티'(Lottie)를 창업한 영국의 도넬리 형제도 같은 어려움을 목격했다. 할머니를 모실 요양시설을 찾다 지쳐버린 어머니를 보면서 형 윌, 동생 크리스 도넬리는 요양원을 호텔처럼 손쉽게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동생 크리스는 대학 시절인 2013년 명품 마케팅에 특화된 광고 플랫폼 '벌브 브랜드'(Verb Brand)를 창업, 8년 만에 대형 광고대행사 '크라우드'(Croud)에 매각한 성공한 사업가였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6년 근무한 형 윌은 아직도 행정처리를 종이에 의존하는 영국 요양원 체계의 현실을 꿰고 있었다.

로티에서 제공하는 영국 고급 요양원 '코넛 케어' 시설 가상투어 서비스 화면./사진=로티 홈페이지 갈무리
로티에서 제공하는 영국 고급 요양원 '코넛 케어' 시설 가상투어 서비스 화면./사진=로티 홈페이지 갈무리
로티는 창업 4년 만에 급성장했다. 회사는 지난 1월 스타트업스가 선정한 올해 영국 내 100대 스타트업 기업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회사로 뽑혔다. 매체에 따르면 영국 요양시설 5000곳이 로티 서비스에 가입했고, 매달 2만 명이 로티를 통해 요양시설과 연결된다고 한다. 전체 요양 문의 중 25%는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와 사회복지사들이 한 것이다. 정부기관과 복지사들도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연결 수수료는 요양시설 측에서 지불하기 때문에 요양원 입주를 원하는 이용자들은 무료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로티의 첫째 강점은 검증된 요양원만 플랫폼 등록을 허용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것. 영국 보건서비스 감독기관 돌봄품질위원회(CQC)의 보고서와 고객만족도 설문조사, 로티 직원의 현장방문을 기반으로 시설을 엄선한다. 시설 사진과 영상은 물론 홈페이지에서 3D 가상투어도 가능하다. 이용자들은 "며칠 전만 해도 (요양원 검색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랐는데 한층 마음이 놓였다", "로티 덕분에 일주일 만에 완벽한 거처를 찾았다" 등 후기를 남겼다.

또 '요양원은 새 삶의 장을 여는 곳'이라는 창업자들의 말처럼 요양원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한다. 지난 2월에는 런던 패션 위크에 맞춰 치매 전문 요양원에서 지내는 노인들과 함께 패션 화보를 찍었다. 이들은 젊은 시절 유행한 패션을 회상하며 패션 열정은 나이와 무관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을 모아 스위프트의 앨범 화보를 오마주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말 멋진 하루였다"는 호평이 많았다.

요양원 매칭 스타트업 로티(Lottie)가 지난 2월 세계적인 패션쇼 런던패션위크 일정에 맞춰 진행한 패션 화보 촬영본./사진=로티 블로그 갈무리
요양원 매칭 스타트업 로티(Lottie)가 지난 2월 세계적인 패션쇼 런던패션위크 일정에 맞춰 진행한 패션 화보 촬영본./사진=로티 블로그 갈무리
요양원 측도 로티 등록으로 입주자 유치 외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영국 요양원은 아직도 상당수 행정업무를 종이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양원에서 쓰고 버려지는 종이를 액수로 따지면 연 400만 파운드(75억원)에 이를 정도다. 문의를 전화로 받는 탓에 응답률이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로티는 업무를 전산화함으로써 요양원에 비용 절감 혜택을 가져다준다.

기업정보사이트 트렉슨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 공개 투자모금에서 2100만 달러(300억원)를 모금했다. 창업 이후 총 3100만 달러 투자를 받았으며, 기업가치는 4500만 달러(640억원)를 인정받고 있다.

형 윌은 로티를 통해 요양시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임종을 기다리는 장소에서 벗어나 새 삶의 장을 여는 장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 그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요양원을 입주가 기대되는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형제는 영국 지역지 인터뷰에서 로티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켜 요양원의 에어비앤비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로티는 요양원 매칭 서비스로 축적한 의료 수요 데이터를 토대로 의료 혁신을 꿈꾼다. 동생 크리스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돌봄을 요청하는지, 어떤 유형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지 등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수집하는데 정말 흥미롭다"며 "이는 미래 의료 투자와 정부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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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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