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웨이브컴퍼터 조나연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입으면 생체전극이 가해져 운동 시 쌓이는 근육 피로를 빠르게 풀어준다. 또 몸의 움직임을 파악해 헬스 트레이너처럼 균형 잡힌 운동법을 제시한다. 스포츠 의류·소재 스타트업 웨이브컴퍼니가 개발한 제품의 주요 기능들이다. 지난 20일 서울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에서 만난 조나연 웨이브컴퍼니 대표는 "초기 나이키가 에어쿠션 기술을 운동화에 적용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저희만의 혁신기술을 통해 스포츠의류 시장에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웨이브컴퍼니는 재활과학에 활용하는 키네시올로지 테이핑 요법에 영감을 받아 근육과 관절을 균형 있게 지지해주는 독창적인 기능성 의류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키네시올로지 테이핑은 신축·점착성이 있는 특수 테이프를 사용해 관절의 어긋남을 예방하고 근육의 과도한 팽창·수축을 방지해 부상을 막고 통증을 완화하는 하는 요법이다.
스포츠 선수들이 애용하는 테이핑은 효과는 입증됐지만 허리처럼 혼자 붙이기 어려운 부위가 있고 한 롤로 5번 이상 사용하기 어려워 비용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있었다. 매번 가위로 자르고 붙이는 과정도 번거롭다. 조 대표는 이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누브라에서 얻었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패드 두 개를 가슴에 붙이는 접착식 브래지어로 테이프의 점착 기능을 옷에다 구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것.
내부 신소재 개발을 담당하는 기업부설연구소가 '점착 실리콘 패턴' 개발을 추진, 물결 모양으로 설계된 실리콘을 의류에 부착, 인체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지지하는 '웨이브웨어'를 만들었다. 국제공인시험기관인 FITI 시험연구원의 평가를 결과, 웨이브웨어는 전통적인 레깅스 같은 압박의류보다 35% 더 근육의 피로를 감소시키며 관절을 구부릴 때 3배 더 압박돼 부장방지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컴퍼니 쇼룸에 전시된 신제품/사진=류준영 기자 웨이브웨어가 스포츠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운동선수들도 속속 찾기 시작했다. 스피드 클라이밍 국가대표 신은철 선수는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웨이브컴퍼니의 종아리 슬리브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뤘다. 크로아티아 명문 축구구단 HNK 하이두크 스플리트의 선수들도 웨이브웨어를 입고 뛰고 있다. 웨이브컴퍼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세대 전도성 실리콘 '일렉실'(ElecSil), 3세대 트래킹 실리콘 센서 '트랙실'(TracSil) 등 섬유 신소재들도 개발했다.
일렉실은 헬스케어를 위해 설계된 생체전극과 전선으로 작동한다. 섬유에 매끄럽게 통합돼 몸 상태를 체크하고 다양한 전기 치료를 제공한다. 트랙실은 신축성을 지닌 스트레인 센서다. 물체 외형이 바뀔 때 그 길이 변화를 측정한다. 주로 교량, 항공기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결함을 모니터링하는 데 주로 쓰던 이 같은 딱딱한 센서를 섬유 형태의 소프트 센서로 개량, 몸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용도로 만들었다. 근육의 각도나 힘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조 대표는 "트랙실 기반으로 만든 운동기록 자동측정 보호대 '트랙미'는 CES 2024, 2024메디카(MEDICA) 등 해외 박람회에서 호평 받았고 지난해 말부터 롯데 하이마트 일부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며 "올해는 AI(인공지능) 기술을 결합, 고객이 원하는 운동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랙실은 스포츠뿐 아니라 추후 건설·산업 현장의 기능성 의류 쪽으로 확장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지난해 트레일러닝 콘셉트로 블랙야크와 협업하며 저변을 확대함과 동시에 대기업의 품질관리 기술 및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올해도 D사와 종아리 근육 뭉침 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보호대 등을 협업해 개발하는 등 B2B(기업간 거래) 중심의 기술 레퍼런스를 꾸준히 쌓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웨이브컴퍼니는 올해 상반기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진행해 신제품 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해외판로 개척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이미 영국에 웨이브웨어UK도 설립했다. 해외 스포츠 전문 소매장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크로스핏과 러닝을 결합한 하이록스 분야를 공략할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2022년 스포츠 분야에 특화된 미국 VC(벤처캐피탈) 스태디아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는데, 이곳 담당자가 해외 대형스포츠 매장에 며칠 걸려 있다가 빠지는 것 보다는 지역별 특색있는 스포츠 전문 소매장에서 인지도를 닦고 올라가는 방향이 훨씬 낫다는 컨설팅을 받고 그렇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인터뷰 내내 지난해 2조원대 매출을 올린 스포츠 신발 브랜드 '호카'와 스위스에 기반한 러닝화 브랜드 '온러닝' 등 나이키와 아디다스와 같은 1등 스포츠브랜드 아성을 위협한 두 회사 사례를 종종 들어가며 자신의 비전을 소개했다. 그는 "스포츠 관련 제품에서 아직 나이키, 아디다스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호카, 온러닝은 독특한 제품 디자인과 우수한 기능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도 운동을 통한 저속노화에 관심을 가진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충분히 반영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이들처럼 시장 판도를 크게 흔드는 작은 거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