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의 간판코너인 '스타트UP스토리'를 통해 한차례 소개됐던 기업 대표를 다시 만나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노력 등의 경영스토리를 들어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에이슬립 이동헌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수면무호흡증 의심환자가 수면다원검사를 받으려면 호흡, 심박동, 뇌파, 뒤척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30여개 센서를 몸에 부착하고 하루 동안 병원에서 자야 한다. 통상 이런 검사를 3차례 정도 받아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온전히 잠을 이루기 힘든데다 진단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부담이다.
에이슬립은 이런 환자들을 위해 집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면무호흡증 진단보조 앱(애플리케이션) '앱노트랙'을 개발했다. 이는 수면 중 호흡음을 AI(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수면무호흡증을 사전 선별하고, 얕은 잠에서 깊은 잠까지 수면의 양과 질도 측정해준다.
2020년 설립된 에이슬립의 이동헌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편안한 환경에서 수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면서 앱노트랙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항상 의료분야는 디지털 기술 적용에선 매우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앱노트랙은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빅5 병원과 10여개 1차 병원에서 이미 도입했거나 PoC(기술검증)을 진행 중이다. 비싼 의료기기나 별도의 수면시설을 갖출 필요가 없고 검사는 간단하지만 정확도가 높아서다.
이 대표는 "앱노트랙은 호흡 소리를 측정할 때 음악, 라디오 소리, 환자 옆 자리에 자는 사람의 소리는 소음으로 간주해 차단하고 스마트폰과 1~2m 떨어져 있어도 측정이 가능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감독 하에 병원에서 263명, 가정에서 58명을 대상으로 임상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분석 정확도가 병원 수면다원검사의 약 92% 수준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또 "스탠포드 의대 수면센터와 분당서울대병원이 수면 진단 앱·기기 11종의 정확도를 검증한 연구에서 구글 스마트워치 '핏빗', 애플의 '애플워치' 등을 재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앱노트랙은 처방 시 실비보험이 적용돼 이용 환자들이 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선 보험수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연내 앱노트랙 처방 병원을 100곳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앱노트랙을 통해 하루동안 검사한 뒤 나온 결과지/사진=류준영 기자 앱노트랙은 까다로운 의료기기 승인도 비교적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앱노트랙은 2023년 8월 제43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고,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수면무호흡증 의증(질병코드 G47.3) 및 단순코골음에 대한 비급여 사용을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보통 AI(인공지능) 기반 진단 소프트웨어는 처음에 2년의 유예기간을 준 뒤 실효성이 입증되면 공식 처방을 할 수 있는 루트를 대략 3~4년에 걸쳐 밟는 데 앱노트랙은 이런 과정을 7개월 만에 끝냈다"며 "그만큼 사회적 니즈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앱노트랙이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막아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됐을 것이란 게 업계의 추측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수면무호흡증 성인 유병률은 약 15.8%로 추정되지만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사람은 1%도 채 안 된다. 수면무호흡증은 당뇨, 고혈압, 대사증후군 환자의 50% 이상에게 나타난다. 또 60만원에서 100만원에 이르는 수면다원검사비의 약 20%는 환자가, 80%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한다.
앱노트랙 서비스는 7일용, 30일용으로 나뉜다. 병원에서 처방코드를 받아 앱에 입력하면 진단준비는 끝난다. 처방코드 발급 비용은 병원마다 상이한 데 7일짜리 기준으로 평균 3만원 수준이다. 1회 처방에 관해서만 실비 적용이 가능하다. 매일 아침 결과지가 나오고, 3일 이상 측정이 이뤄지면 상세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상세리포트 예시/자료=에이슬립
이 대표는 "생성형 AI를 이용한 수면 컨설턴트(수면비서) 서비스도 곧 내놓을 것"이라며 "앞으로 병원의 운명은 이런 디지털 앱 활용 능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에이슬립은 앱노트랙에 앞서 B2B(기업 간 거래) 수면 데이터 플랫폼 '에이슬립트랙' 등을 개발, 경동나비엔의 '숙면매트', SK텔레콤의 '에이닷' 등에 적용한 적이 있다. 이밖에 삼성전자, 세라젬 등 대형가전업체와 로레알과 같은 화장품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