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 나르고, 졸졸 따르고…자율 물류로봇 만든 쌍둥이형제의 꿈

김성휘 기자 기사 입력 2025.0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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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천영석 트위니 대표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자율로봇 개발사 트위니의 천영석 공동대표를 만났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사진=산업방송 채널i
천영석 트위니 대표/사진=산업방송 채널i

"우유 두 개, 화장지 한 롤…"

온라인쇼핑몰에서 상품을 선택하는 건 쉽지만 물류 창고에서 이를 꺼내 담는 집품(오더피킹) 과정은 까다롭다. 물류 및 배송량이 급증하면서 이 업무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효율 높고 24시간 지치지 않는 자율주행 물류로봇이 이를 대신한다면 어떨까.

최근 이 분야 스타트업이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기술성 평가에서 'AA' 등급을 받았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A 또는 BBB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그보다 높은 것이다. '나르고'(자율물류), '따르고'(대인추종) 등 자율형배송로봇(ADR) 기술을 선도하는 트위니다.

국내 대기업과 굵직한 물류기업의 공장 자동화에 일조하는 트위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유니콘, 초격차 1000+ 프로젝트 등에 선정되며 기술력으로 주목 받았다. 2015년 창업 후 10년이 지난 올해 IPO(기업공개)에 나섰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는 "비용을 줄여주고 업무 속도가 빨라지는데 기업들이 자율로봇을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연내 계획대로 코스닥에 상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3D라이다 입체인식·많은 정보량도 빠르게 연산


트위니 물류로봇이 공장을 이동하며 오더피킹을 하는 모습/사진=트위니
트위니 물류로봇이 공장을 이동하며 오더피킹을 하는 모습/사진=트위니
글로벌 자율형배송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당 등 소매점뿐 아니라 공장, 병원 등 대규모 물류가 필요한 사업장으로 수요처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인텔리전스는 올해 관련 시장규모를 13억5000만달러, 5년 후 2030년에는 38억9000만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 23.6%에 이를 정도로 고성장할 거란 예측이다.

국내에서 이 시장을 개척해 온 트위니의 자율로봇 핵심기술은 위치와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는 라이다에 있다. 트위니는 일반적인 2D 라이다가 아닌 3D 라이다를 사용, 보다 입체적인 정보로 장애물을 피하고 효과적인 물류작업을 수행한다. 3D는 2D보다 정보량이 많기에 짧은 시간에 정보를 처리하는 연산능력도 중요하다. 로봇이 특정 위치에 접근하는 단 몇 초 사이에 연산을 다 처리하지 못하면 오류가 생긴다.

천 대표는 "3D 라이다를 통해 2D보다 많은 정보를 받으면서도 이를 빠르게 해석하고 반응하는 게 핵심 기술"이라며 "코스닥 기술심사에서도 준비가 잘 돼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센서 기술 덕에 로봇을 위한 별도 인프라를 깔지 않아도 된다. 천영석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마존 물류센터의 로봇 '키바'는 격자형 동선을 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프라가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트위니는 인프라 없이도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위니의 자율주행로봇 '나르고'는 주문 수행(오더피킹), 공장자동화(팩토리), 생활물류(딜리버리) 등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 자율주행로봇의 오더피킹은 용마로지스, 한익스프레스, 콜드체인 유통사 팀프레시 등 국내 주요 물류기업 공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다. 사람이나 사물을 따라다니는(대상추종) '따르고' 시리즈도 병원·호텔 등으로 사업장을 넓혀가고 있다.



형·동생 의기투합…"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트위니 개요/그래픽=이지혜
트위니 개요/그래픽=이지혜
기술 스타트업 창업 후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시장과 고객에 대한 고민이었다. 물류센터 오더 피킹 업무에 노동력이 많이 들고, 여기에 자율주행 로봇이 적합하단 사실을 간파하기까지 기술 개발만큼이나 힘든 시행착오를 겪었다.

천 대표는 "기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기술이 최고이고, 만들어놓으면 전부 팔릴 줄 안다"며 "하지만 실전에선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어떤 시장을 타기팅할 지, 그 시장에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더라"고 말했다.

트위니는 쌍둥이 형제가 공동창업했다. 형인 천홍석 대표가 카이스트 출신으로 로봇의 장애물 회피 알고리즘을 깊이 연구했다. 동생인 천영석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공공기관에 근무하다 형과 손잡았다. 형제의 꿈은 다양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 전망이다.

앞으로 집 앞에서 재활용·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분리배출을 대신하는 '나르고' 기반 자율로봇을 만날 수도 있다. 사람을 따라 움직이는 '따르고' 계열이라면 야쿠르트·우유 등 정기적으로 배달을 요하는 산업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운전해야 하는 이동차 대신 알아서 직원을 잘 따라다니는 모빌리티라면 배송, 판매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천영석 대표(A) 문답


천영석 트위니 대표(오른쪽)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산업방송 채널i
천영석 트위니 대표(오른쪽)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산업방송 채널i

Q. 형제가 함께 창업한 계기는.
A. 형(천홍석 대표)이 먼저 이야기했고 저는 서슴없이 나섰다. 직장 8년차였는데 저는 도전적인 일을 원하는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자, 망해도 괜찮다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가정적으로는 둘째 아들이 아내 뱃속에 있을 때 창업했으니 반대도 있었다.

Q. 창업에 시행착오도 많았을텐데.
A. 제일 먼저 법원을 갔다. 법인 설립을 내가 직접 하려고. 인터넷 검색해 보고 서류를 챙겨 갔더니 법원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알려주더라. (법원에서) 답답해 하기도 했다. 그런 걸 몇 달 하니 '전문가가 있는 이유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 공부하면서 노력을 많이 했다.

Q. 두 사람이 지키는 경영 원칙같은 게 있다면.
A. 회사를 잘 경영하려면 우리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한데 우리는 '사람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역량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지금도 직원들이 좋아하는 정책 중에 하나가 출퇴근이 자유로운 것이다.

Q. 형제가 한 바구니에 들어가다니 부모님은 불안했을 것같다.
A.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공공기관에 있다가 창업을 한다는 말을 선뜻 못 꺼냈다. 집은 경기도, 창업은 대전에서 했는데 부모님 댁이 대전에서 가까웠다. 돈을 아끼려고 부모님댁에 자주 가서 잤다. 자주 오는 이유를 안 물어보시던데 꽤 지나고서야 창업했다고 하니 첫마디가 '그래 잘했다'였다.

Q. 형과 같이 했다는데도 그러시던가.
A. 그때 제가 형하고 창업했다고 이야기를 했는지 아닌지 기억이 안 난다.(웃음)

Q. 형제 창업을 권하겠나.
A. 추천한다. 창업하면 일주일 내내 일해도 할 일이 많지 않나. 그럴 때 가장 믿을 만한 사람과 같이 하면 좋을텐데, 형제야말로 제일 믿을 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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