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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진 이너부스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chmt@#둥글둥글한 공룡 캐릭터로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의 마음을 사로잡은 '우주먼지'가 국내를 넘어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대표 패션기업 위고(WEGO)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개성 있는 의류와 소품을 선보였다. 올해 1월에는 중국 미니소와도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6500여개 미니소 매장에서 우주먼지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우주먼지의 해외 라이선싱을 이끌고 있는 오은진 이너부스 대표는 "라이선싱은 단순히 제품을 유통하는 비즈니스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창작자의 IP(지적재산권)를 어떤 나라, 어떤 기업에 어느 정도 권리를 부여해야 할지 개인 창작자들이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20년 설립된 이너부스는 IP 라이선싱 스타트업이다. 연예인이 기획사에 소속돼 영화, 드라마, 광고 계약을 맺듯이 이너부스는 소속 IP의 전반적인 라이선싱을 담당한다. 오 대표는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라이선싱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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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구공룡 마텔도 반한 B2B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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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헌정이너부스 설립 당시 오 대표가 주목한 건 IP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이다. 오 대표는 "자사 상품에 IP를 활용하고 싶은 수요자와 IP를 확장하고 싶어하는 공급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크다"며 "이로 인해 IP가 제때 성장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있는 걸 수없이 많이 봐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본 '짱구는 못말려' IP를 활용해 잠옷을 만들고 싶은 패션업체가 있다면 우선 IP 사업 관리자부터 찾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IP 시장 특성상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IP 활용 상품을 만들려면 이들 IP 사업 관리자를 만나는 것부터 난관이다.
오 대표는 플랫폼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오 대표는 "IP 공급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플랫폼에 캐릭터를 등록하면 캐릭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측이 이를 확인한다. 그리고 원하는 캐릭터가 있으면 이용 문의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너부스의 플랫폼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론칭 초기 300여개였던 IP 등록 기업 수는 현재 5000여개로 늘었다. 월간 방문자 수 역시 2만여 명으로 IP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해리포터', 대원미디어의 '스폰지밥' 등 유명 캐릭터들이 입점해 있다. 올해 초에는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글로벌 완구기업 마텔도 이너부스 플랫폼에 입점했다.
오 대표는 "마텔 쪽에서 먼저 요청이 왔고, 바비 외 △토마스와 친구들 △꼬마펭귄 핑구 △핫 휠 등도 입점했다"며 "플랫폼 경쟁력을 글로벌하게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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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IP 라이선싱 지원사격…"SaaS 솔루션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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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션 브랜드 '위고'(WEGO)에서 선보인 '우주먼지' 협업 제품 /사진제공=이너부스플랫폼 외 이너부스가 주력하는 사업은 차세대 IP 라이선싱 사업 'IP케어'다. 차세대 IP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에서 팬덤을 탄탄하게 쌓은 1인 크리에이터 IP를 뜻한다.
오 대표는 "우주먼지만 하더라도 14만 팔로워를 거느릴 만큼 팬덤이 탄탄하다. 그러나 IP 파트너를 선별하고, IP 사용 범위를 설정하는 일은 개인 창작자 입장에서 판단하긴 어렵다"며 "이너부스는 신뢰할 만한 IP 파트너를 발굴하고, 계약에 필요한 법률 검토까지 지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너부스의 IP케어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차세대 IP 홀더는 우주먼지, '무너크루', '삼김이', '오잉보잉', '찌닝잉' 등이다. 오 대표는 "돈이 된다고 모두 계약을 맺는 건 아니다"라며 "창작자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유지하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선별하는 게 이너부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은진 이너부스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chmt@이너부스는 IP 상품화를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팝업스토어와 상품 제작을 지원하는 업무도 진행한다. 오 대표는 "그동안 IP 라이선싱을 하면서 IP 상품 제작에 필요한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며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 비용 부담이 적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너부스의 경쟁력을 확인한 벤처투자사들의 투자도 이어졌다. 엔슬파트너스는 2021년 프리 시드를 시작으로 2022년, 2024년 두 차례 초기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소재 벤처캐피털(VC) 스트롱벤처스와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너부스는 올해 차세대 IP 라이선싱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플랫폼 광고와 IP 계약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통상 연 단위로 체결되는 IP 라이선싱 계약 기간 동안 양측이 주고 받는 서류만 58개 이상"이라며 "SaaS 솔루션으로 간단하게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P 비즈니스에 필요한 수익모델을 계속 확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