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개인 맞춤 혈당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양혁용 랜식 대표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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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혁용 랜식 대표(오른쪽)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사진=산업방송 제공#당뇨, 비만, 고지혈증.... 성인이면 흔히 겪을 수 있는 대사질환이다. '흔하다'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이들 질환으로 생활이 불편할 뿐 아니라 또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혈당 관리를 제안하지만 몸 속 혈당을 매번 알기 어렵고 혈당측정기 사용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던 의대생은 같은 음식도 사람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데 주목했다. 누구나 쉽게 혈당을 측정하고, 체질에 맞게 음식을 조절하면 어떨까. '진료실' 대신 '창업'으로 의술을 펴는 양혁용 랜식 대표의 경험담이다.
랜식은 2022년 맞춤형 혈당관리 솔루션 '글루코핏'을 내놨다. 연속혈당측정기(CGM) 센서를 팔에 붙인 뒤 채혈 없이도 혈당 데이터를 실시간 측정, 분석해 어떤 음식이 혈당을 과도하게 올리는지 찾아준다. 랜식의 혁신은 크게 두 방향이다. 우선 맞춤형 혈당관리 솔루션이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개인마다 혈당 반응이 다르다는 데 착안했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로는 글루코핏이 국내 처음이었다.
둘째 바늘을 찔러넣지(침습) 않는 비침습 방식 CGM 활용도를 높였다. 기존의 자가혈당측정기는 모세혈관 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극소량이지만 피를 뽑아야 한다. 반면 CGM은 센서를 통해 피부 아래 피하조직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확인한다. 랜식은 단순 측정에 그치지 않고 이를 혈당 관리 솔루션으로 고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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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혈당관리 솔루션으로 주목받은 의대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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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코핏은 절실한 피벗의 결과다. 양 대표의 원래 비즈니스는 다이어트 챌린지나 보상 프로그램 등이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감량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러다 사람에 따라 혈당을 올리는 음식이 제각각이라는 논문을 접했다. 양 대표는 직접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며 솔루션을 가다듬었다.
그렇게 등장한 글루코핏은 2022년 말 베타서비스 후 2023년 정식 출시했다. 지난해 누적회원 1만명을 넘었다. 랜식은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사용자의 50% 이상이 혈당 스파이크를 줄인 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솔루션은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데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행사 '컴업' 등에서 주목 받았다. AI(인공지능) 모델을 혈당 예측 분석에 적용한 특허도 출원했다.
양혁용 랜식 대표가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글루코핏 연속혈당측정기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산업방송 제공양 대표에게 글루코핏 사용법을 묻자 대뜸 자신의 옷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의 팔뚝에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센서가 붙어있었다. 여기서 받은 혈당측정치는 휴대폰 앱(애플리케이션)에 전송된다. 식단을 기록하면 AI가 음식 종류에 대한 혈당 증가량, 영양성분 등을 파악해 식단 조절을 돕는다. 현직 의사와 일대일 상담하는 기능도 있다.
양 대표는 "의대 시절 아이티 의료봉사를 통해 진료실의 의사 외에도 의술을 펼 길이 있다고 느꼈다"며 "국제의료기구 근무나 창업을 고려하다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등에 참여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랜식은 지난해 12억원 규모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본엔젤스가 리드했으며 캡스톤파트너스, 인포뱅크, 디캠프가 참여했다. 랜식은 올해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현재 실사용자들에 대한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가 비즈니스의 90% 가량이지만 최근 기업·보험사·병의원·헬스장 등의 건강관리 프로그램 협업 요청이 늘고 있다. 양 대표는 "올해와 내년 B2B(기업간 거래) 파트너십을 늘려 좀 더 탄탄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2025년 말이나 2026년 초 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랜식 개요/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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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양혁용 대표(A)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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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진로를 바꾼 계기가 있다면.
A. 의대 시절 아이티에 의료봉사를 가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엔 넘쳐서 문제가 되는 항생제가 거기에 없다보니 정말 간단한 상처가 문제가 되더라. 임산부가 철분이나 엽산을 못 먹어서 기형아를 낳기도 한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Q. 보편적인 의료 인프라의 중요성을 절감한 것 같다. 하지만 의사로서도 기여할 수 있는데.
A. 제가 의사로서 진료실에 있어도 그런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 어렵지 않나. 그때 (창업의) 씨앗이 심어진 셈이다. 그후 지금은 상장한 의료 스타트업의 초기에 인턴으로 참여했다. 재밌고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세상에 좋은 일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데서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Q. 의대에 갔는데 창업이라니, 가족 반대는 없었나.
A. 부모님의 걱정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Q. 사람마다 혈당을 높이는 음식이 제각각인가.
A. 저만 해도 다이어트를 할 때 고구마가 좋다고 생각해서 먹었는데 측정해보니 이게 혈당을 크게 높이더라. 반면 햄버거는 제게 큰 영향은 없었다. 이처럼 사람마다 영향이 다를 것이므로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혈당관리 음식을 찾을 수 있다.
Q. 회사의 비전은.
A. 궁극적으로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으로 아프지 않게 만드는 게 목표다.
Q. 질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아프지 않게 한다는 뜻인가.
A. 당뇨, 비만은 원래 있었던 질병이 아니라 현대에 와서 생긴 질병 즉 현대병이다. 과잉 칼로리, 과잉 탄수화물 섭취로 인한 비만이 당뇨로 이어진다. 새로 생긴 병이니까 없앨 수도 있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