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장하영 써로마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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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분해·조립법을 몰라도 운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AI(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그 생성 원리를 모르는 비전문가라도 업무와 생활에서 AI 플랫폼을 자연스럽게 이용한다면 'AI 대중화'가 아닐까. 써로마인드가 꿈꾸는 세상이다.
써로마인드는 2015년 7월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주도로 설립된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장 교수는 국내 AI와 딥러닝 개발의 선구자적 인물. 그와 함께 제자들인 장하영 CEO(최고경영자), 김병희 CTO(최고기술책임자)가 공동창업에 나섰다. AI 개발·운영 플랫폼과 시각인식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며, 실습용 AI 교육도 제공한다.
써로마인드는 지난해 11월 스틱벤처스와 지유투자로부터 5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 60억원을 달성했다. 장하영 대표는 투자금을 멀티모달 AI와 생성형 AI 기반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글로벌 진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시장은 마치 스프레드시트(엑셀)가 처음 등장했던 1980년대와 같은 분위기"라며 "AI 기술의 현장 적용을 위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사람처럼 보고 듣는 AI…고장 부위 알아 맞힌다 써로마인드는 대리인(surrogate)과 마음(mind)의 합성어다. 인간처럼 판단할 줄 아는 AI 개발을 지향한다. 마치 사람처럼 시각과 청각을 활용할 수 있고, 축적된 지식과 개별적인 경험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는 AI다. 2015년 서울대 바이오지능 연구실에서 태동했던 초기 명칭은 '써로마인드 로보틱스'였다. 시드투자를 받고 사업을 본격화한 2020년 '써로마인드'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람처럼 판단하는 AI'라는 컨셉은 이들이 개발한 서비스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눈으로 보듯 반도체 등 생산공정의 불량 검사를 하는 머신비전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 결과 불량이 아닌데 불량으로 판정하는 '과검'의 비율을 크게 낮췄다.
대형 자동차기업에선 자동차 소리 특성을 인공지능으로 파악, 분류할 수 있는지를 의뢰 받았다. 장 대표는 "숙련된 엔지니어는 차 소리만 듣고도 어디가 고장났는지 안다고 한다"며 "그 소리 특성을 갖고 고장 종류를 알아내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했다. 이 모델은 약 80% 확률로 고장 부위를 맞혔다.
당시 장 대표는 "그 부분에 왜 AI가 필요한가"라고 상대 기업에 물었다. 해당 기업은 "연구소가 지닌 장비로 파악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카센터에선 그럴 수 없다. AI 모델을 스마트폰에 넣을 수 있으면 휴대폰으로 그 소리를 녹음해 처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써로마인드는 한 발 더 나갔다. 차종별 소리 특성이 다르므로 차에 따라 서로 다른 AI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자동개발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처럼 '소리'로 고장여부를 알아내는 AI 솔루션은 모터를 많이 쓰는 정수장에도 납품했다. 각 산업별로 필요한 AI 모델의 특징이 제각각이고, 이를 공략하면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단 점을 확인한 셈이다. 계약서 작성이 많은 유통기업에겐 계약서 필수항목이 잘 기재됐는지 자동으로 파악해주는 일종의 OCR(광학문자인식) 응용 AI를 제공했다. 에듀테크 등 서비스 분야에도 맞춤 AI 솔루션을 공급한다.
한국 AI산업, ROI 입증 위해 효용성 올려야 장 대표의 멘토이자 써로마인드 이사회 의장인 장병탁 교수를 포함, 실력자들이 뭉쳤다는 '맨파워'는 써로마인드의 핵심 경쟁력이다. 써로마인드는 NeurIPS(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 등 세계적 AI 학회에 논문 30여건을 발표했고 10개 가까운 국내외 특허를 얻었거나 출원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AI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장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셀'같은 문서 프로그램을 뜻하는 스프레드시트를 예로 들었다. 장 대표는 "현재 AI산업은 1980년대 스프레드시트와 비슷한 단계"라며 "기술의 구체적인 이점이 아직 명확히 인식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기술이 제조업 현장에 적용되려면 프로세스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는 주어진 데이터 내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어 환각(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며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모델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AI산업의 과제로는 "기술 도입에 따른 ROI(투자수익률) 입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체들이 AI 도입의 구체적 효과를 요구하지만, 이를 정량화하기 쉽지 않다"며 "AI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써로마인드는 사용자 친화적인 AI 자동개발 플랫폼을 통해 AI 개발 속도를 올린다는 복안이다. 장 대표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 등 최신 AI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도 결국 소프트웨어의 한 형태"라며 "소프트웨어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AI가 현장에 적용되기 위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장하영 대표(A) 문답 Q. 써로마인드는 IT·전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SI(시스템 통합) 기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A. SI 기업들도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고 능력있는 곳도 많다. 다만 저희 장점은 인공지능이라는 아직은 낯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AI가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수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 있다.
Q. 아직 AI가 낯선 기술이라고 하니 매크로, 로투스(로터스) 같은 초기 스프레드시트가 기억난다.
A. 지금은 '엑셀'이라고 하면 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다. 하지만 1980년대~1990년대 초에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차피 그런 일 하라고 (직원을) 고용하지 않냐'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엑셀이 보편화되니 그 효용성을 알고, 당연히 사용하게 된다. 지금 AI 산업은 스프레드시트가 막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
Q. 창업 후 가장 힘든 때는.
A: 돈 걱정이 제일 힘들었다. 그 외에는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어떻게 안착시킬지가 큰 고민이었다. 초창기부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Q. 자녀에게 창업을 권유할 것인가.
A. 창업에 장단점이 있더라. 큰 조직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작은 곳에서 부딪혀가면서 배울 것도 있다. 획일적으로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창업)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알아서 판단하지 않을까 한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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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분해·조립법을 몰라도 운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AI(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그 생성 원리를 모르는 비전문가라도 업무와 생활에서 AI 플랫폼을 자연스럽게 이용한다면 'AI 대중화'가 아닐까. 써로마인드가 꿈꾸는 세상이다.
써로마인드는 2015년 7월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주도로 설립된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장 교수는 국내 AI와 딥러닝 개발의 선구자적 인물. 그와 함께 제자들인 장하영 CEO(최고경영자), 김병희 CTO(최고기술책임자)가 공동창업에 나섰다. AI 개발·운영 플랫폼과 시각인식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며, 실습용 AI 교육도 제공한다.
써로마인드는 지난해 11월 스틱벤처스와 지유투자로부터 5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 60억원을 달성했다. 장하영 대표는 투자금을 멀티모달 AI와 생성형 AI 기반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글로벌 진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시장은 마치 스프레드시트(엑셀)가 처음 등장했던 1980년대와 같은 분위기"라며 "AI 기술의 현장 적용을 위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사람처럼 보고 듣는 AI…고장 부위 알아 맞힌다 써로마인드는 대리인(surrogate)과 마음(mind)의 합성어다. 인간처럼 판단할 줄 아는 AI 개발을 지향한다. 마치 사람처럼 시각과 청각을 활용할 수 있고, 축적된 지식과 개별적인 경험을 종합해 판단할 수 있는 AI다. 2015년 서울대 바이오지능 연구실에서 태동했던 초기 명칭은 '써로마인드 로보틱스'였다. 시드투자를 받고 사업을 본격화한 2020년 '써로마인드'로 사명을 변경했다.
'사람처럼 판단하는 AI'라는 컨셉은 이들이 개발한 서비스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눈으로 보듯 반도체 등 생산공정의 불량 검사를 하는 머신비전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 결과 불량이 아닌데 불량으로 판정하는 '과검'의 비율을 크게 낮췄다.
대형 자동차기업에선 자동차 소리 특성을 인공지능으로 파악, 분류할 수 있는지를 의뢰 받았다. 장 대표는 "숙련된 엔지니어는 차 소리만 듣고도 어디가 고장났는지 안다고 한다"며 "그 소리 특성을 갖고 고장 종류를 알아내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했다. 이 모델은 약 80% 확률로 고장 부위를 맞혔다.
당시 장 대표는 "그 부분에 왜 AI가 필요한가"라고 상대 기업에 물었다. 해당 기업은 "연구소가 지닌 장비로 파악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카센터에선 그럴 수 없다. AI 모델을 스마트폰에 넣을 수 있으면 휴대폰으로 그 소리를 녹음해 처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써로마인드는 한 발 더 나갔다. 차종별 소리 특성이 다르므로 차에 따라 서로 다른 AI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자동개발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처럼 '소리'로 고장여부를 알아내는 AI 솔루션은 모터를 많이 쓰는 정수장에도 납품했다. 각 산업별로 필요한 AI 모델의 특징이 제각각이고, 이를 공략하면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단 점을 확인한 셈이다. 계약서 작성이 많은 유통기업에겐 계약서 필수항목이 잘 기재됐는지 자동으로 파악해주는 일종의 OCR(광학문자인식) 응용 AI를 제공했다. 에듀테크 등 서비스 분야에도 맞춤 AI 솔루션을 공급한다.
한국 AI산업, ROI 입증 위해 효용성 올려야 장 대표의 멘토이자 써로마인드 이사회 의장인 장병탁 교수를 포함, 실력자들이 뭉쳤다는 '맨파워'는 써로마인드의 핵심 경쟁력이다. 써로마인드는 NeurIPS(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 등 세계적 AI 학회에 논문 30여건을 발표했고 10개 가까운 국내외 특허를 얻었거나 출원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AI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장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셀'같은 문서 프로그램을 뜻하는 스프레드시트를 예로 들었다. 장 대표는 "현재 AI산업은 1980년대 스프레드시트와 비슷한 단계"라며 "기술의 구체적인 이점이 아직 명확히 인식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기술이 제조업 현장에 적용되려면 프로세스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AI는 주어진 데이터 내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어 환각(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며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모델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AI산업의 과제로는 "기술 도입에 따른 ROI(투자수익률) 입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업체들이 AI 도입의 구체적 효과를 요구하지만, 이를 정량화하기 쉽지 않다"며 "AI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써로마인드는 사용자 친화적인 AI 자동개발 플랫폼을 통해 AI 개발 속도를 올린다는 복안이다. 장 대표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 등 최신 AI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도 결국 소프트웨어의 한 형태"라며 "소프트웨어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했던 것처럼 AI가 현장에 적용되기 위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홍일 대표(Q)와 장하영 대표(A) 문답 Q. 써로마인드는 IT·전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SI(시스템 통합) 기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
A. SI 기업들도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고 능력있는 곳도 많다. 다만 저희 장점은 인공지능이라는 아직은 낯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AI가 무엇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수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 있다.
Q. 아직 AI가 낯선 기술이라고 하니 매크로, 로투스(로터스) 같은 초기 스프레드시트가 기억난다.
A. 지금은 '엑셀'이라고 하면 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다. 하지만 1980년대~1990년대 초에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차피 그런 일 하라고 (직원을) 고용하지 않냐'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엑셀이 보편화되니 그 효용성을 알고, 당연히 사용하게 된다. 지금 AI 산업은 스프레드시트가 막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
Q. 창업 후 가장 힘든 때는.
A: 돈 걱정이 제일 힘들었다. 그 외에는 한국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어떻게 안착시킬지가 큰 고민이었다. 초창기부터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Q. 자녀에게 창업을 권유할 것인가.
A. 창업에 장단점이 있더라. 큰 조직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작은 곳에서 부딪혀가면서 배울 것도 있다. 획일적으로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창업)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알아서 판단하지 않을까 한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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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성휘 차장 sunnykim@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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