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의 간판코너인 '스타트UP스토리'를 통해 한차례 소개됐던 기업 대표를 다시 만나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노력 등의 경영스토리를 들어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가 풀사이즈(11cm x 14.5cm) 펠리클 소재가 될 멤브레인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어썸레이스타트업 어썸레이가 최근 반도체 펠리클 소재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펠리클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EUV(극자외선)장비를 사용할 때 이물질과 열로 인한 마스크와 웨이퍼의 손상을 막는 막(필터) 형태의 부품이다. 어썸레이는 펠리클 소재가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개발·사업화에 집중하고 있다.
어썸레이는 CNT(탄소나노튜브) 기반 산업용 공기정화장치, 저선량 엑스레이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2022년 시리즈B 라운드 투자를 받을 때만 해도 펠리클 소재 개발은 사업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갑자기 새로운 영역을 찾아 집중하면서 피봇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전기사☞260억 뭉칫돈 몰린 소부장 스타트업…비결은 '초격차 원천기술')
이에 대해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는 "피봇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원래부터 어썸레이는 CNT(탄소나노튜브) 소재 기업이 되는 게 목표였고 펠리클 소재라는 CNT의 새 사용처를 찾았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제부터 진짜 소재 기업으로서의 어썸레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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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에서 먼저 개발 제안…풀사이즈 펠리클 개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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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썸레이 개요/그래픽=김지영어썸레이가 '펠리클' 분야에 뛰어든 건 2023년의 일이다. 어썸레이는 어느 날 반도체 펠리클 등 부품을 개발하는 중견기업 에스앤에스텍(34,150원 ▲1,750 +5.40%)에서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차세대 펠리클을 개발하기 위해 CNT를 사용하고 싶은데 이를 공급해줄 수 있겠냐는 문의였다.
김 대표는 "사실 그때만 해도 펠리클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전까지 펠리클의 소재로는 메탈 실리사이드, 실리콘 카바이드 등이 사용됐지 CNT가 사용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펠리클 소재로 CNT가 주목받은 건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다. 기존 소재들이 하이NA EUV 등 초미세공정 장비의 고출력을 버티지 못하고 파손되면서 여기에 맞는 차세대 펠리클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에 최근 펠리클 부품사들이 찾은 대안이 CNT다. 탄소 원자들이 6각형 모양으로 연결된 물질인 CNT를 활용하면 하이NA EUV 장비의 출력을 견디면서 투과율, 사이즈, 균일도, 내열성 등을 충족한 펠리클을 만들 수 있었다. 중견기업 에스앤에스텍이 스타트업 어썸레이에 먼저 연락해 소재 개발을 제안한 이유다.
특히 어썸레이는 CNT의 제조방식이 펠리클용 CNT에 가장 적합했다. 어썸레이는 CNT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제작하는 원천기술 덕분에 다른 CNT 기업보다 높은 균일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 글로벌 펠리클 시장은 2033년 17억달러(2조3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한 시장으로 어썸레이가 에스앤에스텍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어썸레이는 최근 폭 11cm의 풀사이즈 펠리클에 들어갈 CNT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CNT를 필요한 크기의 멤브레인으로 개발하는 절차는 끝났고 이제 에스앤에스텍이 이를 토대로 펠리클을 완성시킬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부터는 국내 반도체 제조사 공정에 장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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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전선 등 CNT 소재 각광…"창업하며 꿈꾼 소재기업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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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어썸레이 대표/사진제공=어썸레이어썸레이는 펠리클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 CNT를 공급하는 소재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CNT를 활용한 경량전선은 어썸레이가 향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는 분야다. 김 대표는 "CNT에 구리를 도금하는 방식을 활용하면 구리 전선과 전도율이 같으면서 무게는 5분의 1에 그치는 경량전선을 만들 수 있다"며 "전기차나 우주발사체, 위성 등에서 수요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제서야 창업하며 구상했던 어썸레이의 모습이 구현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박사과정을 통해 CNT를 연구해온 김 대표가 어썸레이를 창업할 때만 해도 CNT 시장은 크지 않았다. 창업을 해놓고 시장이 커지기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썸레이가 개발한 공기정화장치, 엑스레이 등은 CNT를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만든 제품들이었다.
그는 "다행히 최근들어 첨단산업계에서 CNT소재가 빠르게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제 소재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만큼 시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해외 기업들이 만드는 소재를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첨단기술로 소재 시장의 맨 앞단에 서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국내 소재 스타트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