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준구 큐노바 대표 /사진=고석용 기자컴퓨터를 구매한 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소프트웨어 설치다. 아무리 성능 좋은 컴퓨터도, 오래된 소프트웨어를 쓰면 원하는 작업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양자컴퓨터(양자컴)도 마찬가지다. 슈퍼컴퓨터보다도 수십조배 연산이 빨라도, 결국 연산은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된다. 어떤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연산의 속도나 정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국내 1호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큐노바는 이처럼 양자컴의 성능을 좌우하는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2012년부터 양자컴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이준구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2021년 창업한 기업이다.
큐노바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HiVQE'로 '양자이득'을 달성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신약 및 신소재 개발에서 현 단계의 양자컴으로도 기존 컴퓨터보다 빠른 연산속도와 낮은 비용을 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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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으로 양자컴 노이즈 해결…"양자이득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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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의 속도와 정확도를 모두 잡는 하이브리드 알고리즘 'HiVQE'/사진=큐노바큐노바가 달성한 양자이득은 현재 보편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중소형 양자컴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에서 구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양자잡음(Noise)'이 있어 계산 결과를 종종 틀리는 양자컴이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등 일부 전문가들이 '유용한 양자컴이 나오려면 20년쯤 걸릴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이 양자잡음 때문이다.
큐노바는 NISQ의 결함을 'HiVQE'를 통해 해결한다. 비유하자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전문 카메라보다 성능이 낮지만 소프트웨어로 보정해 더 나은 사진을 얻는 것과 비슷하다. 이준구 대표는 "HiVQE는 양자컴을 통해 연산 속도와 성능을 극대화하고 중간중간 기존 컴퓨터가 개입해 정확도를 보완한다"며 "일종의 하이브리드 알고리즘"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알고리즘은 다양한 제조사들의 NISQ에서 오류를 보정하는데 성공했다. 양자컴 특유의 빠른 연산도 유지해 결과적으로 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 간단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 양자컴의 연산을 시도한 것은 전 세계에서 이 대표가 처음이다.
큐노바는 HiVQE를 활용해 양자컴 소프트웨어 '밀키웨이'도 출시했다. 신약 및 신소재 화합물 설계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다. 양자이득 구현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20여개 기업이 HiVQE나 밀키웨이 도입 등 협업을 문의해왔다. 이 대표는 "우선 제약사 등에서 난치병 치료에 쓰이는 합성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크게 높이고,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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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양자컴 연구 시작…국내외 대기업 20여곳 협업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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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노바 개요/그래픽=김지영큐노바가 이 같은 알고리즘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표의 양자 관련 기술과 경험 덕분이다. 이 대표는 1990년대부터 양자컴을 연구해온 양자 전문가다. 1995년 미시간대학교에서 양자광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96년에는 미국 NEC 연구소에서 양자컴을 연구했다. 상업용 양자컴이 개발되기도 전의 일이다.
2000년대 들어 광통신 분야로 연구 분야를 옮기고 카이스트 교수도 IT 분야로 시작했지만, 양자컴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거둔 건 아니었다. 이 대표는 2012년 다시 양자컴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국제 머신러닝 분야 양자기술 학회인 'QTML'를 공동 설립하고, 카이스트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ITRC 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연구 활동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밀키웨이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양자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게 체감되고 있다"며 "2~3년 내 양자컴 시장이 하키스틱 모양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많은 고객들이 '양자이득'을 얻도록, 즉 양자컴을 활용해 사업적으로 이득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큐노바의 존재 이유"라며 "단기적으론 소재·신약 분야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LLM(거대언어모델) 등 초거대 AI 연산에 양자컴을 활용할 수 있게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