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이력서처럼 쌓인다…'면접AI' 만든 고졸 세 친구 [월드콘]

김종훈 기자 기사 입력 2025.01.2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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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면접부터 채용까지 '원클릭'…"채용 분야 혁신 시도"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AI를 이용한 채용 중개 스타트업 머코어(Mercor)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아다르시 히레마스, 브레넌 푸디, 수르야 미다 공동창업자./사진=머코어AI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AI를 이용한 채용 중개 스타트업 머코어(Mercor)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아다르시 히레마스, 브레넌 푸디, 수르야 미다 공동창업자./사진=머코어AI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지난해 미국 뉴욕시는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기업들에 AI 편향성을 검증하라는 규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인간의 편견을 학습한 AI가 채용 불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기업들에 공정성 검증 의무를 부과한 것. 아마존은 과거 채용 기록을 토대로 AI에 인사 채용을 맡기려 했으나, AI의 남성 편향성이 드러나 2018년 프로젝트를 폐기한 바 있다.

인력 채용은 상당한 노동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작업이다. 많은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 AI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AI를 통한 채용이 공정하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씨름한다.

2023년 1월 채용 중개 스타트업 머코어(Mercor)를 창업한 고등학교 동창생 아다르시 히레마스, 수르야 미다, 브레넌 푸디가 내놓은 답은 당돌했다. 올해 22세인 미다 창업자는 지난해 9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채용 프로세스에 이력서, 이전 직장 경험, 학력 등을 근거로 지원자 절반을 떨어트리는 것은 잘못됐다"며 AI를 통해 인종, 성별, 학력에 구애받지 않는 실력주의 채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머코어는 구직자가 제출한 이력서를 토대로 AI 면접을 진행한다. 면접은 머코어 홈페이지를 통해 어디서든 클릭 한 번으로 진행 가능하다.

AI가 약 20분간 음성으로 이력서에 적힌 구직자의 직무·연구 경험에 관한 질문을 이어간다. 면접 장면은 녹화된다. 면접 장면이 끝나면 AI가 내용을 키워드로 요약한 뒤 인재 목록에 집어넣는다. 채용 담당자는 이 목록에서 키워드 검색으로 필요한 인재를 찾고 머코어에 저장된 인터뷰 영상을 통해 회사에 적합한지를 판단한 뒤 채용을 결정한다. 전문직군의 경우 세부 평가를 위해 2차 AI 면접이 실시될 수도 있다.

AI를 이용한 채용 중개 스타트업 머코어(Mercor)가 제공하는 모의 인터뷰. 가운데 검은색 사각형은 컴퓨터 캠에 비친 면접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인터뷰는 20분 간 진행되는데, 처음 10분은 면접자가 자신의 직무 경험과 지원 배경 등을 설명한다. 나머지 10분은 AI와 질의응답을 형식으로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 제시 등 평가가 이뤄진다.
AI를 이용한 채용 중개 스타트업 머코어(Mercor)가 제공하는 모의 인터뷰. 가운데 검은색 사각형은 컴퓨터 캠에 비친 면접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인터뷰는 20분 간 진행되는데, 처음 10분은 면접자가 자신의 직무 경험과 지원 배경 등을 설명한다. 나머지 10분은 AI와 질의응답을 형식으로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 제시 등 평가가 이뤄진다.
머코어 AI 면접에 응했던 구직자들은 인간 면접만큼 세세한 평가가 이뤄지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면서도 채용 구조를 혁신할 만한 기술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지난해 3월 미디엄에 게시한 글에서 호기심에 머코어 면접을 봤다면서 "채용 분야에서 진정 혁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엔지니어는 "면접 AI는 데이터 구조 질문을 통해 주도적으로 면접을 이끌어 나갔다"며 "데이터 구조와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도, 한계점과 대안을 묻는 질문을 했는데 꽤 잘했다"고 했다. 다만 대화가 인간 면접만큼 매끄럽지는 않았고,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인간보다 떨어지는 것 같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머코어는 머신러닝 엔지니어, 법률·의학 전문가, 전문 작가, 금융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채용을 중개한다. 어느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창업자들은 포브스 인터뷰 등을 통해 주요 AI 연구소들에 인재를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히레마스 머코어 창업자는 "면접 AI는 면접자의 기술, 업무 경험 맥락을 따라 질문하도록 훈련됐다"며 "면접 AI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푸디 창업자는 "인간의 능력을 인간보다 더 잘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머코어 투자에 참여한 링크벤처스 측은 미디엄 게시글에서 "머코어는 대규모언어처리모델(LLM)을 사용해 인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력서를 검토한다"며 "AI 면접으로 인간보다 더 나은 면접이 가능한데다 비용은 인간 면접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세 창업자 중 히레마스, 미다는 인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고등학교 시절 토론 대회에서 만나 친구가 된 이들은 또 다른 정책 토론 대회를 준비하던 중,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 출신들이 채용 시장에서 겪는 불평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미다는 "실력 중심 채용 방식을 구축한다면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포브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히레마스는 하버드 컴퓨터과학과로, 미다와 푸디는 조지타운대학 외국학과와 경제학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이들은 2023년 2학년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을 중퇴했다. 그해 1월 창업한 머코어 매출이 몇 개월 만에 100만 달러(14억30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다. 외부 자금수혈 없이 이뤄낸 결과였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 중 유명한 사업가에게 주어지는 피터 틸 펠로우십에 선정, 10만 달러 보조금을 받았다. 그해 9월 첫 투자모금회에서 머코어는 피터 틸 전 페이팔 최고경영자, 현 오픈AI 이사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등으로부터 총 30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기업가치는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원)로 평가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머코어는 전세계 120개국 30만 명 이상 구직자가 이용 중이다.

푸디 창업자는 향후 목표에 대해 "통일된 글로벌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10억 명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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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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