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만 아픈데 누가 더 투자하겠나"…속 터지는 엔젤투자자들

송지유 기자 기사 입력 2025.02.0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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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투자 관심 많지만 투자는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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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4'가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 가운데 관람객 및 바이어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컴업(COMEUP)'은 한국의 우수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전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창업-벤처 생태계 구성원이 교류하는 장으로 지난 2019년 첫 시작 이후 올해 6번째를 맞이했다. /사진=임한별(머니S)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컴업(COMEUP) 2024'가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 가운데 관람객 및 바이어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컴업(COMEUP)'은 한국의 우수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전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창업-벤처 생태계 구성원이 교류하는 장으로 지난 2019년 첫 시작 이후 올해 6번째를 맞이했다. /사진=임한별(머니S)
"전문 개인투자자 자격을 확보해도 아무런 혜택이 없으니 제도 도입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시장이 커지지 않는 겁니다. 전문성을 갖춘 엔젤투자자가 더 많이 생겨 나도록 막혀 있는 제도부터 손 봐야죠."

수년간 전문 개인투자자로 활동하던 사람들과 의기 투합해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AC)로 나선 이준희 블루오션벤처스 대표는 국내 엔젤투자가 위축되는 이유를 콕 집어 말했다.

엔젤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개인들은 늘고 있지만 될 성 부른 스타트업을 키우는 마중물로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022년까지 성장세를 보였던 국내 엔젤투자는 2년 연속 감소세다. 극초기 기업 자금줄이 막히면서 벤처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스타트업 버팀목' 엔젤투자 감소, 왜?


엔젤투자지원센터 개인회원 현황, 개인투자조합 결성금액 추이/그래픽=이지혜
엔젤투자지원센터 개인회원 현황, 개인투자조합 결성금액 추이/그래픽=이지혜
초기 스타트업이 본격적인 벤처캐피탈(VC) 투자를 유치하기 전까지 기술·사업모델 고도화, 제품 제작 등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는 엔젤투자 사례가 줄어드는 건 실익이 없어서다. 엔젤투자지원센터에 가입한 개인회원은 누적 기준 2019년 2만명, 2023년 3만명을 넘어섰지만 개인투자조합(엔젤펀드) 성장세는 확연히 꺾였다.

전문 개인투자자를 육성하기 위한 제도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재는 변호사·회계사·변리사·투자업계 경험자 등 특정 경력을 보유한 이들이 초기 기업에 3년간 1억원 이상을 투자해 전문 개인투자자 자격을 얻을 경우 △엔젤투자매칭펀드 최대 2.5배 신청 자격 부여 △개인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GP) 자격 획득 △5000만원 이상 투자 시 해당기업 벤처기업인증 등 혜택이 있다.

하지만 매칭펀드 지원은 정부 자금 고갈로 일몰된 상태고, 벤처기업 인증의 경우 개인투자자가 직접 누리는 수혜가 아니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일반 투자자와 비교해 실질적인 혜택이 없는데 정부에 투자 사항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개인 자금이 벤처투자 대신 채권 등으로 이동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엔젤투자자의 약 80%가 신생·초기 단계 기업에 자금을 대는 만큼 자금 회수까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투자감소 이유로 꼽힌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모델을 구축하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지만 이를 보완해줄 제도가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 휘청…제도 개선 시급


[서울=뉴시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서울 강남구 글로벌스타트업센터(GSC)에서 '컴업(COMEUP) 2024' 주요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서울=뉴시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5일 서울 강남구 글로벌스타트업센터(GSC)에서 '컴업(COMEUP) 2024' 주요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11.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시드 단계 초기 스타트업의 버팀목인 엔젤투자가 위축되면 창업생태계가 휘청일 수밖에 없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미국의 경우 엔젤투자 플랫폼인 '엔젤리스트'를 통해 개인들도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연간 수조원의 자금이 모인다. 1인 엔젤펀드, 벤처펀드 운용사 등에 필요한 다양한 행정서비스도 제공한다.

자금 고갈 문제로 중단된 엔젤매칭펀드를 부활하고 2018년 중단된 엔젤투자 연계사업 등 초기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엔젤투자 연계사업은 엔젤투자 조건부로 기술개발투자비를 최대 2억원까지 연계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전문 개인투자자 자격 기준을 '3년간 1억원'에서 '3년간 5000만원' 투자로 완화하기로 했지만 세제 혜택 등 더 확실한 당근책을 내놔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뒤엔 엔젤투자 세액공제 등 다양한 지원이 있다"며 "스타트업 발굴에 진정성을 가진 전문 투자자 저변을 넓히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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