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밀어붙이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사전지정제도가 필요한지,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열린 마음으로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지정제도는 규제 대상 거대 플랫폼을 사전에 정해놓는 것으로 법안의 핵심조항이다. 이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사실상 법안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국내외 업계와 학계는 물론 국회입법조사처까지 역차별 등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의사를 밝히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플랫폼법 제정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거대 플랫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사전지정제도를 들고 나온 것부터가 잘못됐다. 이 같은 낙인찍기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옥죄고 서비스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플랫폼 성장의 상한으로 인식돼 스스로 성장기회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규제 대상 거대 플랫폼을 사전에 정하는 기준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매출액, 앱 사용자수 등 일정비율 이상의 정량적 기준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등 정성적 기준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기준이 해외 플랫폼에 제대로 적용될지 의문이다. 국내 플랫폼과 달리 구글,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거대 플랫폼은 사업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인터넷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만 해도 국내 월간 앱 사용자가 1000만명 넘지만 국내 매출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규제할 구체적 근거가 부족한 데다 자칫 통상문제로 비화하면 규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미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공회의소는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업계와 학계에서 "플랫폼법이 국내 기업만 옥죄는 전족"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사업자도 규제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공정위는 역외조항이 있음에도 해외 사업자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에만 규제가 적용되다 보면 해외 사업자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국내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며 플랫폼법이 자칫 역차별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해외 거대 플랫폼들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MAU(월간활성사용자수)는 4564만5347명으로 네이버(4361만8537명)는 물론 카카오톡(4554만367명)까지 제치고 국내 앱 사용자수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유튜브와 카카오톡, 네이버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구글의 공세는 유튜브만이 아니다. 구글의 음원플랫폼 유튜브뮤직은 지난해 12월 MAU 740만2505명을 기록,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멜론(728만5813명)을 제치고 국내에서 처음 1위에 올랐다. e커머스 분야에선 초저가 전략을 펼치는 중국 인터넷쇼핑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지난해 국내에서 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앱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다.
숱한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플랫폼법 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접는 게 옳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예견되는 부작용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 폭주'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정부가 지향하는 민간 자율존중 원칙과도 배치된다. 공정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사전지정제도와 같은 행정편의주의식 손쉬운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건전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플랫폼법 제정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거대 플랫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사전지정제도를 들고 나온 것부터가 잘못됐다. 이 같은 낙인찍기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옥죄고 서비스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플랫폼 성장의 상한으로 인식돼 스스로 성장기회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규제 대상 거대 플랫폼을 사전에 정하는 기준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매출액, 앱 사용자수 등 일정비율 이상의 정량적 기준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등 정성적 기준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기준이 해외 플랫폼에 제대로 적용될지 의문이다. 국내 플랫폼과 달리 구글,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거대 플랫폼은 사업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인터넷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만 해도 국내 월간 앱 사용자가 1000만명 넘지만 국내 매출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규제할 구체적 근거가 부족한 데다 자칫 통상문제로 비화하면 규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미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공회의소는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업계와 학계에서 "플랫폼법이 국내 기업만 옥죄는 전족"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사업자도 규제한다고 하지만 그동안 공정위는 역외조항이 있음에도 해외 사업자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에만 규제가 적용되다 보면 해외 사업자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국내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며 플랫폼법이 자칫 역차별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해외 거대 플랫폼들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상황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MAU(월간활성사용자수)는 4564만5347명으로 네이버(4361만8537명)는 물론 카카오톡(4554만367명)까지 제치고 국내 앱 사용자수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유튜브와 카카오톡, 네이버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구글의 공세는 유튜브만이 아니다. 구글의 음원플랫폼 유튜브뮤직은 지난해 12월 MAU 740만2505명을 기록,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멜론(728만5813명)을 제치고 국내에서 처음 1위에 올랐다. e커머스 분야에선 초저가 전략을 펼치는 중국 인터넷쇼핑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지난해 국내에서 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앱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다.
숱한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플랫폼법 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접는 게 옳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예견되는 부작용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입법 폭주'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정부가 지향하는 민간 자율존중 원칙과도 배치된다. 공정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사전지정제도와 같은 행정편의주의식 손쉬운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건전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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