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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고양 가구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가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코로나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라는 강력한 외부 요인에 의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인테리어 플랫폼' 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쾌적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컸다. 또 주택 매매보다는 기존 주거 환경 개선에 관심이 쏠렸고, 이에 발맞춰 많은 인테리어 플랫폼이 서로 경쟁하며 성장세를 탔다.
하지만 2023년에 접어들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외부 활동 중심의 생활 패턴 변화와 함께 소비 트렌드가 여행과 문화생활 등으로 이동하면서 인테리어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에 따라 관련 플랫폼들의 '춘추 전국시대'도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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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최대 경쟁자 '집꾸미기'도 서비스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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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의식주컴퍼니는 지난달 31일부로 인테리어 플랫폼 '집꾸미기' 서비스를 종료했다. 집꾸미기는 2012년 시작해 1인 가구를 겨냥한 인테리어 팁과 가구·소품 판매로 인기를 끌며 '오늘의집'과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곳이다.
의식주컴퍼니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세탁 서비스에 더해 커머스 영역으로 확장하려 1년여 전 집꾸미기를 인수했으나 지속된 적자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집꾸미기의 매출은 2019년 124억원에서 2023년 8억7000만원으로 줄었다.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오늘의집과 차별화해 럭셔리·하이엔드 인테리어 제품을 판매했던 '알렛츠' 운영사 인터스텔라는 지난해 8월 폐업했고, 인테리어 자재 전문 플랫폼 '문고리닷컴'은 적자가 지속돼 지난해 7월 서울회생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인테리어 등 라이프스타일 숏폼 리뷰 커머스 플랫폼 '하우스앱'은 운영사인 하우스미디어가 자금 유동성 악화로 협력사와 크리에이터들에게 정산 대금 지급 불가를 선언, 2023년 2월 서비스 종료에 이르렀다.
3D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던 어반베이스는 경영난으로 지난해 7월 폐업했다. 어반베이스의 경우 투자사인 신한캐피탈이 하진우 창업자에게 투자금 상환권을 청구하고 거주하는 집에 가압류까지 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 그래도 식어가던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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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창사 10년만에 연간흑자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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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러 중소 인테리어 플랫폼들이 있지만, 시장과 소비자들의 선택은 전반적으로 오늘의집에 쏠리는 분위기다.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경기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며 2014년 창사 후 10년 만에 첫 연간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2.3% 증가한 2879억원, 19억9000만원 적자였던 영업이익은 5억70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52억6000만원으로 127.4% 증가했다.
이번 실적 성장에는 커머스 전반의 매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직접판매 상품과 중개판매 상품 모두 전년대비 거래액이 증가했고, 가구·가전·패브릭 등 인기 카테고리뿐 아니라 생활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인테리어 시공 사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2023년 시공책임보장 서비스,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이후 거래액이 지난해 기준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누적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버킷플레이스는 글로벌 시장 확장과 함께 오늘의집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기술 연구를 지속해 고객 경험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영환 버킷플레이스 재무총괄은 "국내외 비즈니스 다각화를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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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가 반한 아파트멘터리, 홍콩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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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생성 이미지'인테리어 시장의 정보 불균형 해소'를 전면에 내세우며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프리미엄 아파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아파트멘터리가 제공하는 인테리어 서비스의 순추천지수(NPS)는 지난해 3월 +90점을 돌파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만점 또는 만점에 가까운 추천 점수를 줬다는 의미다. 보다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위해 사무실 인테리어 시장 진출, 자체 PB 브랜드 확대 등에 나섰다.
첫 해외 진출 국가로 낙점한 홍콩에서의 실적도 주목된다. 홍콩은 아파트 주거 형태가 일반적인 인구밀집 도시 국가이며, 30~40대 전문직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홈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멘터리는 홍콩 진출 직후인 지난해 11월 700만 홍콩달러(약 12억6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 시장에 빠르게 진입 중이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스케일업 전략을 통해 올해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는 끝났지만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2030세대를 잡은 오늘의집, 강남 3구를 잡은 아파트멘터리처럼 소비자들과 신뢰를 구축해 하나의 IP(지적재산권)가 되는 플랫폼이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