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AI 시대의 창업, '조각조각' 모여 글로벌로

원대로 빌트벤처빌더 대표 기사 입력 2025.02.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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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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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원대로 윌트벤처빌더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근 우리 회사가 처음 시도한 '제로백'이라는 예비창업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포착됐다. 20~40대 50여명의 참가자들이 보여준 행보는 한국 창업생태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풀타임 창업'이란 전통적 방식의 해체 조짐이다. 직장인 참가자 상당수가 현 직장을 유지하며 파트타임으로 창업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더욱 주목할 점은 과반수가 공동창업을 선호했다는 사실이다. 홀로 모든 것을 책임지기보다,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이들과의 협업을 원했다. 한 참가자는 "창업이 꿈이지만 현실적으로 생계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가진 전문성은 얼마든지 나눌 수 있죠"라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의 새로운 흐름인 '프랙셔널(fractional) 창업'과 맥을 같이한다. 한 사람이 여러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자나 임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마치 전문의가 여러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하듯 각자의 전문성을 여러 스타트업에 분산 투자하는 새로운 창업 모델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흐려지면서, 전문가들은 한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탄력적으로 분배하기 시작했다.

'제로백' 수료생들의 창업 준비 과정은 이런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타트업 콘텐츠 유튜브 채널을 준비 중인 팀은 현직 영상 프로덕션 대표와 스타트업 이벤트사 대표가 여유 시간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싱가포르 식음료(F&B) 사업 진출을 준비하는 또 다른 팀은 현업 F&B 전문가들과 공간 디자이너가 협력해 당사의 벤처 스튜디오 팀과 함께 사업을 준비 중이다. 처음엔 물리적 공간 없이 가상으로 협업하며, 전문성을 시간 단위로 공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특히 해외진출 전략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과거처럼 본사에서 주재원을 파견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현지 전문가들과 프랙셔널 방식으로 협업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 진출을 준비하는 한 팀은 "현지 전문가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AI(인공지능)는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AI가 중간관리와 행정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허물어지고 있다. 한국의 제품 기획자, 베트남의 IT 개발자, 싱가포르의 마케터가 하나의 가상 팀을 이뤄 창업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수평적이고 유연한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큰 변화의 일환이다. 피라미드식 위계질서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협업 구조로 바뀌고 있다. 특히 10~20년 경력의 40~50대 전문가들에게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평생직장 시대에는 한 분야만 집중해도 됐지만, 이제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불안정해 보이지만, 오히려 이것이 더 안전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창업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기업에 갇혀 있던 전문성이 자유롭게 순환하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다. 한 참가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건 더 이상 '내 회사'가 아니고, '우리의 프로젝트'입니다. 각자의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모였다가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 다시 흩어지는 거죠"라고 말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평생직장'이란 틀이 무너지면서 '하나의 직장'이 아닌 '여러 개의 역할'로 경력을 설계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창업도, 해외진출도 더 이상 '올인'이 아닌 '조각'의 시대다. '올인'(All-in)에서 '스마트인'(Smart-in)으로의 전환, 우리는 지금 그 변곡점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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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원대로 빌트벤처빌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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