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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를 통해 제작한 오가노이드 이미지
이른바 '미니장기'라고 불리는 오가노이드 시장을 흔들 주인공은 누구일까. 2030년 약 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여느 때보다 올해 더 치열한 각축전을 펼질 전망이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우리 몸속 장기를 모방해 만든 3차원 형태 조직을 말한다. 인체 장기의 복잡한 미세환경을 재현할 수 있어 질병 모델링, 약물 개발, 재생 의학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제약 기업들은 오가노이드를 신약 개발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며, 동물 모델 대비 약물 효과 예측의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와 유럽연합(EU) 연구포털(CORDIS)의 자료를 종합하면 오가노이드 관련 R&D(연구개발)는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모델링과 바이오마커 발굴 △종양 특성을 재현하고 약물 저항성, 치료 반응성을 실험하는 모델 개발 △환경 독성 물질과 생체 시스템 상호작용 이해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지난해 11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진은 '인간 혈관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처음으로 동맥경화증 모델링 및 약물평가법을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연구진은 "그동안 이뤄진 유전자 조작 실험쥐 등 동물모델을 활용한 연구는 인간과의 생리학적 차이점, 생물학적 변인 통제의 어려움 등으로 약물 효능 검증에서 예측 정확도가 낮았던 데다 충분한 개체 수 확보 등에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는 문제점이 따랐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선 오가노이드와 인공지능(AI)이 결합해 질병 예측 모델링 등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테면 간암 환자의 면역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오가노이드로 모은 데이터를 AI가 통합 분석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도 세울 수 있어 이 분야 투자가 활발하다.
에이블랩스가 개발한 액체 핸들링 로봇 노터블(Notable)이 액체를 정밀하게 흡입하고 분주하고 있다/사진=에이블랩스관련 기업들의 최근 활동을 살펴보면 먼저 2021년 2월에 설립된 바이오 실험 자동화 로봇·솔루션 전문 스타트업 에이블랩스는 큐빛바이오, 한국화학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존스홉킨스대학교와 협력해 이달 본격적으로 '오가노이드 약물 평가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플랫폼은 AI 기반 배양 및 약물 효능 평가 자동화 시스템, 초고속 3D 이미징 시스템, 활성산소종(ROS) 모니터링 기술 등을 결합해 약물 평가의 정밀성·재현성을 높일 예정이다.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는 "AI가 사람보다 더 정밀하게 배양 환경을 제어하고 약물 효능 평가를 수행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이를 통해 약물 개발 과정의 시간,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성공률을 높이며, 글로벌 제약·바이오텍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가노이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오가노이드 약물 플랫폼'을 개발한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창업기업인 큐어버스와 뇌 질환·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맺었다. 양사는 뇌·종양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활용해 큐어버스가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CV-01)에 대한 약효평가 방법을 공동 개발한다.
실시간 오가노이드 형태 분석 사진/사진=카이스트
세포 이미징 전문 기업 토모큐브는 카이스트(KAIST),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함께 홀로토모그래피(3차원 굴절률 토모그램을 측정하는 레이저) 기반으로 살아있는 소장 오가노이드를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형광 염색 등 추가적인 전 처리를 할 필요가 없고 세포 손상 없이 오랜 시간 동안 동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박용근 KAIST 교수는 "시간 경과에 따른 오가노이드의 성장 패턴과 형태학적 변화, 단백질 밀도 등 다양한 생명현상을 관찰하고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헌주 라다하임 대표가 독일 프라운호퍼 바이오 의공학연구소(fraunhofer IBMT) 관계자들과 지난달 18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바이오기업 라다하임은 독일 프라운호퍼 바이오 의공학연구소로부터 '실시간 심장 오가노이드 모니터링' 기술을 이전 받고, 오가노이드 냉해동 기술 공동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이헌주 라다하임 대표는 "프라운호퍼와 연구성과물을 판매·유통하는 합작법인도 설립한다"며 "이번 협약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잇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아톰'의 첨단 재생의료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아톰은 주로 심장, 간, 신장 등 주요 장기나 조직의 기능이 손상된 환자에게 적용돼 장기 재생을 돕고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에 활용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앞서 2020년에 오가노이드 기반 신소재 효능 평가 솔루션 '오디세이'를 상용화하고, 2024년엔 약물평가플랫폼 '아디오'를 국내 대형병원, 글로벌제약사에 판매하며 수주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자체 개발한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 '아톰'(ATORM)/사진=오가노이드사이언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전 세계 오가노이드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1.9%를 기록하며 2030년 122억 달러(약 18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KIST 유럽연구소 윤주용 박사는 "오가노이드는 생리 특성을 정밀하게 모사해 임상시험 전 단계 예측성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특히 오가노이드와 AI의 융합은 신약 개발 과정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통해 국내 제약 산업도 세계 시장에서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