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관련 가치를 중시하는 'ESG 경영'이 화두다. [ESG 혁신 트렌드]는 ESG 확산에 기여하는 다양한 혁신 사례, 업계 현주소와 함께 벤처·스타트업이 마주한 과제를 소개한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이정미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먹는샘물과 음료 페트병에 대해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 일부 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5.2.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한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 등이 페트(PET)병 재생원료 사용의무를 강화하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주요국은 환경보호와 자원순환경제 촉진을 위해 페트병의 일정량은 반드시 재생원료를 쓰도록 하고 그 비중도 늘리는 추세다. 자원재활용, 친환경 소재 생산 등 국내 그린테크(환경기술)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지만 숙제도 있다.
6일 환경부와 업계를 종합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생산되는 페트병은 30만톤에 이른다. 그중 80% 이상이 재활용되지만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0%에 그친다. 페트병 원료 재생은 수거, 선별, 그리고 재생원료인 플레이크를 만드는 단계로 이어진다. 실제로 페트병(보틀)을 재생원료로 분해, 다시 페트병으로 만드는 이른바 '보틀-투-보틀' 기술이 핵심이다. 이 재생 공정은 대규모 장치가 필요한 산업이다. 때문에 국내 그린테크 스타트업은 수거와 선별 등 원료 공급자 역할에 집중돼 있다.
이노버스는 투명 페트병 무인회수기 '쓰샘'을 통해 지난해 약 650만개의 페트병을 수거했다고 집계했다. 전년 대비 500% 늘어난 수치다. 색깔이 없는 투명 페트병이 순도가 높아 재활용에 유리하다.
수퍼빈의 수거기 '네프론'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센서로 페트병을 인식한다. 수퍼빈은 플레이크 재생 공정까지 사업을 넓혀, 수거부터 재생원료 생산까지 직접 처리한다. 이밖에 오이스터에이블은 수거함 센서가 페트병 등의 무게를 자동감지, 모바일앱 '오늘의 분리수거'로 포인트를 제공한다.
재생원료 생산분야에는 테라클이 눈에 띈다. 테라클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을 가졌다. 현대차(197,600원 ▲2,900 +1.49%)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제로원, 삼성전자(54,300원 ▲300 +0.56%) 씨랩(C-lab) 아웃사이드 등의 지원을 받고 지난해 105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페트병 재생원료 사용 확대와 스타트업/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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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美도 PET 재생원료 확대…'수거' 넘어 '재생'이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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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최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 연간 5000톤 이상의 페트를 사용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생수 및 음료 제조업체는 용기 재료의 10%를 재생원료로 써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원료 생산자에게만 3%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를 지웠으나 그 범위를 최종 제품 생산자까지 넓히고 의무사용 비율도 늘렸다. 2030년이 되면 대상 범위는 연간 1000톤 이상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의무사용비율은 30%로 각각 늘어난다.
유럽연합(EU)은 이른바 플라스틱 전략을 수립, 올해(2025년) 식품용 페트병 원료 중 재생원료를 25%까지 쓰도록 했다. 이 비율을 2030년까지 30%로 높인다는 목표다. 미국은 주마다 정책이 다르다. 산불 등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를 체감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가 적극적이다. 캘리포니아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올해 25%, 2030년 50%로 늘린다.
이 같은 국내외 제도변화는 국내 스타트업에게 확실한 기회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재생원료는 기존 원료보다 생산단가가 비싸다. 그럼에도 환경파괴를 막으려 사용을 의무화한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을 확보하고 품질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가를 낮추자면 대량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대량생산해야 하는데 몸집이 작은 스타트업으로서는 쉽지않다. 때문에 자본력을 갖춘 사모펀드 등이 이미 플레이크 재생 공정 업계에 진출한 걸로 알려졌다.
ESG 전문가들은 투자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은 무인수거, 자동분류에 집중돼 있다"며 "다국적 음료회사들이 사회공헌 차원이든 필요에 의해서든 이 분야 초기기업들을 위한 생태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수거와 선별 쪽 혁신을 스타트업이 주도할 수 있다"며 "이노버스는 수거기를 더 많이 설치해서 원료를 많이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은 스타트업도 고순도 페트병 원료의 주요 공급자가 된다면 밸류체인 내 위상이 커진다. 전세계가 재생원료 확보에 나설 경우 원료 수출이라는 새로운 시장도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