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를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안드로이드XR 프로젝트 무한'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바르셀로나(스페인)=뉴스1) 민경석 기자침체기에 빠진 XR(공간컴퓨팅) 소프트웨어 업계가 올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애플이 비전프로에 AI(인공지능)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도입하기로 했고, 메타도 연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글래스 등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프로젝트 무한' 등 한국, 중국, 일본 등의 기기도 대거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XR 업계에서 가장 먼저 변화를 예고한 곳은 애플이다. 오는 4월부터 비전프로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도입해 글쓰기, 이미지 생성 등 사용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 XR 업계는 애플 인텔리전스로 비전프로의 활용성이 늘고, 쓸만한 앱들도 활발히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XR 업계 선두주자인 메타도 올해 안경 하단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오라이온'을 출시를 예고했다. 이미 지난해 스마트 안경을 100만대 이상 판매한 만큼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삼성전자(54,900원 ▲1,300 +2.43%)의 XR기기 '프로젝트 무한'도 기대작 중 하나다. OS(운영체제)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XR'이 탑재되는 기기여서다. 구글의 소프트웨어 노하우가 앱 생태계를 풍부하게 해줄 것이란 전망이다.
━
판매량 저조에 앱 줄어드는 악순환…제조사들, 올해 반전 노린다
━
XR 시장은 지난해까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엔데믹 이후로 메타버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여기에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비전프로가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비전프로의 경우 구동되는 쓸만한 킬러 앱들이 개발되지 못해 판매량이 줄어들었고, 판매량이 줄자 앱 개발자들이 떠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비전프로, 메타의 오라이온, 삼성전자의 프로젝트 무한 등은 이런 상황에서 악순환을 끊는 역할을 할 것이란 게 업계의 기대다. 다양한 XR기기들이 경쟁하면서 사용자 환경과 경험을 개선하면 앱 생태계가 풍부해지고, 다시 기기 판매량이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경제매체 포브스도 CES 2025에서 주목받았던 3대 기술 중 하나로 스마트글래스·XR을 꼽으며 관련 시장의 성장을 전망했다.
앱 생태계가 시장 확장의 핵심인 만큼, 기기 제조사들이 앱 개발자들에 기울이는 노력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기 제조사들도 XR 앱 생태계 확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애플과 메타 모두 앱 개발자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메타의 경우 초기 개발자 지원금 및 멘토링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XR 솔루션 업계 기대…"올해는 다를 것"
━
산업용 XR솔루션 스타트업들/그래픽=이지혜특히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산업용 XR 솔루션까지 성과가 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스타트업 딥파인은 전문 장비 없이 현실 공간을 XR용 디지털 트윈으로 전환하는 'DSC' 솔루션을 개발해 올해 초 CES 2025에서 XR 기술·액세서리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딥파인은 이를 활용하면 XR기기를 활용해 기업이 공간안내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XR 시장이 커질수록 도입 기업도 늘 것이란 게 딥파인의 기대다.
비욘드알도 업무용 XR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모형 제작 및 시뮬레이션 과정을 XR로 대체하는 솔루션이다. 비욘드알 측은 자동차 설계 및 판매분야, 중공업 설계, 군사 훈련 등에서 사용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키는 등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플래닛 역시 주택 전시관·팝업 스토어·박람회·쇼룸 등을 XR로 대체하는 솔루션 '엘리펙스'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움직임이 비교적 느린 글로벌 B2B(기업용거래) 솔루션 기업들도 XR 도입에 나서는 모습이다. 프랑스의 제품 설계·디자인·제조 솔루션 개발사 다쏘시스템은 지난달(2월) 솔루션들을 비전프로용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다쏘시스템은 기업용 설계 솔루션 산업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XR 시장의 성장 속도가 다소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글로벌 XR 시장 자체는 꾸준히 지속해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XR기기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시 및 업데이트를 계기로 XR 시장이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