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만명 잠재고객 모셔라"…대한외국인 공략 나선 스타트업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5.04.28 14: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미래산업리포트-또 하나의 내수, 대한외국인]②
[빅트랜드]행정·금융·주거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 봇물

[편집자주] 국내 체류 외국인, 일명 '대한외국인(K-외국인)'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소비규모도 늘고 있어서다. 이에 기업들, 특히 발 빠른 스타트업들은 이들만을 위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대한외국인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공략하는 스타트업/그래픽=김지영
국내 거주 외국인을 공략하는 스타트업/그래픽=김지영
#한국에 취업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우르백 씨(32)는 체류 행정 절차를 처리하는 데만 한 달간 약 300만원을 썼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행정사를 소개받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외국인 체류행정 서비스 '한패스'를 통해 비자를 전환하며 약 2주 만에 40%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우르백 씨는 "예전에는 소개받은 행정사에게 맡겨야 했기 때문에 비용 적절성을 따질 수 없었다"며 "한패스에서는 여러 법인 행정사들의 견적을 비교할 수 있어 과다 청구에 대한 불안도 줄고 훨씬 편리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 국내 체류 외국인이 '내수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65만명으로 203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체류 외국인이 내수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도 늘고 있다. 발 빠른 스타트업들은 아예 체류 외국인만을 위한 행정·금융·부동산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비자 허들 낮추고 행정 처리도 원스톱 해결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국내 체류 외국인은 학업과 취업, 국제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비자를 발급받는다. 하지만 비자 종류가 많고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아 비자 발급 및 갱신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문준철 하이어다이버시티 이사는 "정부가 외국인을 적극 유치하면서 비자발급 난이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이 많다"며 "통장잔고 증빙, 건강보험료 납부 등 비자 갱신에 대한 기준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이어다이버시티와 케이비자 등은 체류 외국인 대상으로 비자 발급·갱신 등 행정 지원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이어다이버시티는 주로 외국인 유학생에 집중하는 반면 케이비자는 취업, 결혼 등 다양한 목적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 특징이다.

하이어다이버시티는 '하이어비자'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자 및 외국인등록증 발급, 휴대폰 개통, 출입국 신고 등 약 80여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입국사무소와 관공서 등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공인인증서 없이도 간편하게 행정처리를 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케이비자는 2015년 최연소로 행정사 시험에 합격한 이상욱 대표가 창업했다. 지난해 서비스 론칭 2년 만에 누적 상담 건수는 6000건을 돌파했으며, 비자 허가 확률은 누적 기준 95%에 달한다.


금융·주거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속속 선봬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외국인들이 휴대폰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외국인들이 휴대폰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외국인 대상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패스는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운 외국인을 위한 해외 송금 플랫폼을 운영한다. 2017년 런칭한 이 플랫폼을 통해 지난해 3조원이 송금됐으며 누적 송금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구인·구직, 공과금 납부, 모바일 충전 등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며 '외국인 슈퍼앱'으로 도약 중이다.

대안신용평가사 크레파스솔루션의 자회사인 크레파스플러스는 스마트폰 사용 기록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외국인 전용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했다. 현재 베트남, 인도네이아 등 동남아시아 금융기관에 자사 신용평가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크레파스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외국인 전용 금융 플랫폼 '원풀'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라며 "신용대출은 물론 온라인 비자신청, 잔고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용 '직방' 서비스도 등장했다. 엔코위더스는 중장기 숙박 서비스인 '엔코스테이'를 운영한다. 유학생 등 장기간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대상이다. 단순한 임대 정보 제공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다국어 지원, 현지 생활정보 제공, 계약 절차 간소화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오정훈 엔코위더스 대표는 "엔코스테이의 누적 회원 수는 2만명, 매일 15~20건의 임대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며 "외국인등록증 발급에 필요한 거주지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전국 단위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수기업들도 체류 외국인 시장 공략 주력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3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4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에서 외국인 구직자가 면접을 기다리며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이나 창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박람회에는 55개 기업이 참여해 1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2024.9.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 3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4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에서 외국인 구직자가 면접을 기다리며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이나 창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박람회에는 55개 기업이 참여해 1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2024.9.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
은행권과 정보통신(IT) 기업들도 체류 외국인을 공략하기 위한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신한, 하나, KB, 우리 등 4대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특화점포 확대 운영, 다국어 언어 지원 등 외국인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최근 외국인 고객을 위한 전용 상품인 'IBK BUDDY(버디)' 통장과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채용 플랫폼들도 움직이고 있다. 잡코리아는 외국인 구인·구직 서비스 '클릭' 앱을 출시했다. 채용 공고 탐색부터 스크랩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람인도 지난해 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인턴 채용 신고를 무료로 돕는 비자 대행 이벤트를 실시했다.

스타트업과 손잡고 서비스를 확장하는 곳도 있다. 쏘카 (14,470원 0.00%)는 하이어다이버시티와 손잡고 국내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유학생들은 하이어비자를 통해 쏘카를 예약 이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체류 외국인 시장이 커지면서 앞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모델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지윤 스트롱벤처스 심사역은 "외국인 사용자를 기반으로 데이팅 앱, 관광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채용 연계까지 노리는 서비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미래산업리포트' 기업 주요 기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