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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한국 사회가 직면한 최대 위기는 '지방소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지방 인구가 급감했고, 이는 지역 경제와 사회·문화적 기능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폐가가 되고 빈 상가는 흉물스럽게 방치돼 범죄의 온상이 되거나 붕괴 위험을 안고 있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공간에 새 숨결을 불어넣어 사업으로 승화하고 지방소멸 문제를 기회로 바꾸는 스타트업들이 있어 주목된다.
8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농어촌 민박은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농어민만 숙박업을 할 수 있다(농어촌정비법)'는 제한 사항이 2020년 6월 규제샌드박스(실증특례)에 지정돼 규제가 풀린 이후 빈집 재생 등을 주력으로 하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다자요 월령바다집 /사진=다자요 제공제주를 기반으로 하는 '다자요'의 경우 공유숙박 분야 규제샌드박스 지정을 이끌어 낸 주인공이다. 다자요는 빈집을 소유주로부터 10년 이상 무상으로 임대받아 리모델링 후 숙박 시설로 운영하고, 계약 종료 후에는 원래 소유주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단순히 숙박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원과 연계한 마을 관광상품 개발 △지역 생산품을 활용한 웰컴키트 제공 △매출의 1.5%를 마을 발전기금으로 기부 △숙소 관리인력을 지역주민으로 우선 채용 등의 원칙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빈집은 잘 가꾸면 매력적인 장소로 바뀐다. 마치 우리가 유럽에 가면 오래된 건물에 매력을 느끼는 것과 같다"며 "마을 분위기가 밝아지니 동네 사람들도 다자요의 사업을 좋아해 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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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화 심각했던 익선동 골목길을 '핫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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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윤선정2019년 5월 설립된 블랭크도 인구감소 지역의 유휴 부동산을 활용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빈집 리모델링 및 임대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충북 단양군, 경남 남해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빈집을 무상으로 임대해 공유주택으로 전환하는 '유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간을 중심으로 동네와 공동체를 연결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문승규 블랭크 대표는 "빈집의 87%가 지방에 위치하고 준공 30년이 지난 단독주택은 200만호가 넘어 노후된 주택 개량이 시급하다"며 "빈집 재생 활성화는 소도시 활력 증진과 다거점 생활 확산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정주환경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 골목길을 재창조해 지금의 핫플레이스로 부활시킨 공간기획 스타트업 '익선다다'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시재생에 앞장서고 있다. 익선동에 이어 폐가가 넘치던 대전 소제동의 도시재생을 이끌었고 화성시에서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익선다다 프로젝트의 특징은 △낡은 건축물 형태를 보존하면서 현대적 디자인 요소를 결합하는 '공간 디자인'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담아 공간에 개성을 부여하는 '스토리텔링' △지역 생산물을 활용하고 지역민과 협업하는 '지역 상생'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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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흉물 공간을 인기 카페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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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화수헌' /사진=리플레이스경북 문경의 시골마을에서 첫 프로젝트를 시작한 스타트업 '리플레이스'(RE:PLACE)는 소멸위기 지역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카페·편집숍·스튜디오·레스토랑 등을 만든다. 유휴공간 중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빈 건물을 재단장한다.
리플레이스의 브랜드 카페 '화수헌'은 1790년 지어진 한옥을 기반으로 했다. 동네 흉물이었던 공간이 1년에 6~7만명 방문하는 인기 카페가 됐다. 셀프 스튜디오 '볕드는 산'은 1945년 지어진 일본식 주택을 개조했다. 한 번에 한 팀만 예약을 받는데도 연간 500여명이 찾는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레지던스형 호텔 브랜드 '어반스테이'를 운영하는 핸디즈는 최근 중장기 숙박 플랫폼 미스터멘션과 업무협약을 맺고,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활용한 공유숙박 모델의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양측은 지역 미분양 아파트 및 인구감소 지역의 빈집을 활용해 공유숙박업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지역 내 유휴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다.
정성준 미스터멘션 대표는 "한 달 살기와 워케이션 등의 문화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온 만큼, 공유숙박과 빈집 재생으로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관광업이 더욱 건전하고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이세컨플레이스 /사진=클리 제공'공유형 세컨하우스'로 농촌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클리는 한 채의 세컨하우스를 여러 가구가 공유해 돌아가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세컨플레이스 서비스를 운영한다.
도시 사람들이 자연친화적 주거를 선호하지만 재정적 부담이나 관리의 어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힌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클리는 IoT(사물인터넷) 솔루션으로 빈집을 상시 관리하며 이용자들의 관리 부담을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빈집 재생은 단순히 숙박 공간 제공을 넘어 지역과 외부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며 "주민과 교류하고 문화를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은, 지역을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