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어교육 분야 사용자 수 TOP5 앱 MAU/그래픽=임종철모바일 영어학습앱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위기가 찾아올 거란 우려와 달리 생성형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면서다. 업계에선 AI 발전에 맞춰 영업학습앱들의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5일 모바일인덱스가 최근 발표한 '2024 대한민국 모바일 앱 명예의 전당'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영어교육 상위 5개 앱의 총 MAU(월간활성사용자수)는 156만명으로 전년 동기(82만명)보다 90.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1위 듀오링고(18만→62만), 2위 말해보카(22만→29만), 3위 똑똑보카(15만→26만), 4위 스픽(14만→24만) 등 1~4위 앱들의 MAU가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5위였던 케이크(Cake)만 신규 앱인 워드빗에 자리를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듀오링고가 올해 한국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무료 학습이 가능해 사용자 수가 급증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른 상위권 앱들도 전반적으로 사용자 수를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영어학습앱 시장이 성장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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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등장에…천국·지옥 오간 글로벌 에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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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판매 중인 챗GPT를 활용한 영어공부 관련 도서들 /사진=교보문고 캡처업계는 최근 영어학습앱들의 성장에 생성형 AI 기술의 영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 2023년만 해도 온라인·모바일 교육업체들에게 생성형 AI 기술은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선생님 역할을 해 교육 서비스를 대체할거란 우려에서다.
실제 일부 기업들이 챗GPT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의 체그가 대표적이다. 체그는 온라인 숙제풀이 지원, 온라인 과외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체그의 구독자는 2022년 2분기 527만명에서 2024년 2분기 437만명으로 2년 새 90만명 감소했다. 투자업계에선 챗GPT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그밖에 2023년 초까지 미국에서는 피어슨, 듀오링고 등이 챗GPT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곳으로 꼽혔었다.
그러나 역으로 일부 교육업체들은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위기설이 제기됐던 듀오링고는 2023년 오픈AI의 GPT-4를 앱 내에 도입해 AI와의 회화, 오답해설 등 기능을 제공했다. 그 결과 듀오링고는 일일 사용자 수를 2023년 1분기 2030만명에서 2024년 1분기 3140만명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스타트업 스픽(스픽이지랩스)은 처음부터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어교육을 표방했다. AI와의 가상회화 기능을 제공해 실제 사람과의 회화에서 오는 공포나 거부감을 줄인 방식이다. 스픽은 2022년 오픈AI와 기술 제휴를 맺고, 2023년에는 오픈AI의 투자도 유치하면서 생성형 AI 기술 도입 속도를 높였고 지난해 12월에는 기업가치 10억달러의 유니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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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영어교육 앱 적극적으로 생성형 AI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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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말해보카, 링글, 케이크, 야나두. 모두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국내 스타트업들도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말해보카'를 운영하는 이팝소프트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문제 난이도를 조절하고 복습 주기를 설정한다. 클로드의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용자가 문제 해설 등을 질문하면 답변도 제공한다. 이팝소프트는 이를 통해 2024년 약 22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대비 80% 가량 증가한 수치다.
링글(링글잉글리시에듀케이션서비스)도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기본적인 회화는 실제 사람과의 화상영어를 기반으로 하지만, AI가 대화를 분석해 평가하고 해설 등 교육도 AI가 진행한다. 링글은 지난해 상반기에 결제액 100억원을 넘기면서 연간 매출 역대 최고치를 기대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매출은 각각 94억원, 129억원이었다.
'뇌새김' 브랜드로 알려진 위버스마인드도 올해 1월 AI 튜터 회화 서비스 '톡이즈'를 출시했다. 2023년 네이버와 생성형 AI 기술 협력을 체결한 뒤 이를 토대로 개발된 신규 서비스다. 위버스마인드는 "AI 튜터가 학습자의 모든 발화 내용을 기억하고 연결시켜 진짜 인간과 대화하는 경험을 느끼게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네이버(NAVER(228,500원 ▼500 -0.22%))나 카카오(44,950원 ▲1,750 +4.05%)의 영어교육 자회사들도 생성형 AI 활용에 적극적이다. 네이버 스노우의 자회사 케이크는 인플루언서의 목소리를 합성한 AI 튜터를 내세운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야나두는 챗GPT를 활용해 채팅 기반의 AI 튜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두 회사는 아직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한 가시적인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케이크는 2023년 매출액 68억원, 영업손실 131억원을 기록하면서 2024년 1월 직원 절반을 네이버 다른 계열사로 보내는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야나두는 지난해 3월 AI 튜터 기능을 시범 도입했지만 에듀테크 부문의 2024년 1~3분기 누적 매출이 122억원으로, 연매출은 2023년(170억원)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