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트렌드] 혈액 부족 해결사 나선 스타트업들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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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고령화로 '피 부족 국가'가 현실화하고 있다. 2023년 국내 헌혈 건수는 277만6291건으로 집계됐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300만건 가량의 헌혈이 이뤄져야 헌혈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저출생·고령화의 영향으로 주 헌혈계층인 2023년 10대 헌혈 인구는 약 57만명으로, 10년 전보다 반토막난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혈액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혈액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일본은 2030년까지 인공혈액을 국가 차원에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메릴랜드대의 인공혈액 개발 컨소시엄에 4600만달러(약 634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컨소시엄은 미국 바이오 기업인 칼로사이트가 개발 중인 인공혈액 '에리스로머'의 상용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한국이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도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 사업이 시작되는 등 국내 스타트업 중심으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공혈액이 시장 초기단계에 있는 만큼 한국이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 같은 인공혈액 아냐…한국은 적혈구 체외생산" 지난해 일본 나라현립의과대학 연구팀은 모든 혈액형에 투여 가능한 인공혈액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 인공혈액은 폐기 예정인 헌혈 혈액에서 헤모글로빈을 추출해 만든 것이다. 실온에서 2년, 냉장 시 5년까지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문 명칭은 HBOC(Hemoglobin-Based Oxygen Carrier)다.
하지만 HBOC 같은 인공혈액은 과거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지만 심장발작 위험, 임상 부족 등의 이유로 취소되는 등 상용화되진 못했다. 이에 인공혈액을 개발하는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혈액종양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은 이승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이 화학적 결합이나 HBOC 방식의 인공혈액을 개발했지만 독성이 심각해 장기 수송용 용액 등 매우 제한적으로 허가되고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은 주요 스타트업들이 세포 기반 인공혈액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경쟁력도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스타트업으로는 아트블러드가 있다. 아트블러드는 2023년 보건복지부의 '세포기반 인공혈액 개발 과제'에 단독 선정된 곳으로, 체외에서 직접 인공혈액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골수의 혈액 생산 과정을 체외에서 구현해 실제 혈액세포와 동등하고 기능 확장이 가능한 '바이오블러드'를 독자 기술로 생산한다. 특히 임상 적용이 가능한 정상 염색체를 지닌 적혈구 전구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세포주 개발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입셀, 듀셀바이오 등도 인공혈액 개발에 뛰어들었다. 입셀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분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공 적혈구 제제를 대량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입셀은 최근 주지현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첨단세포치료사업단장 교수팀의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해 보건복지부 국책사업 과제에 선정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우주에서 조혈모세포와 인공혈액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듀셀바이오는 유도만능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등 증식능 및 분화능을 가진 세포를 이용해 수혈 가능한 인공 혈소판을 개발하고 있다. 듀셀바이오의 줄기세포 기반 인공 혈소판 제조 플랫폼 'en-aPLT™'은 현재 전임상 시험에 진입했고 올해 임상 시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인공혈액 시장도 주목 인간용 인공혈액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용 인공혈액도 개발되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의 혈액은 주로 공혈견을 통해 공급되지만, 공혈견의 수가 제한적이고 윤리적 문제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트블러드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개 혈액의 체외 생산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회 CELL BIO 2024에서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인간과 개 유래의 사이토카인과 세포 표지자를 활용해 약 20일간의 배양 과정을 통해 적혈구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개 혈액 체외생산 기술의 첫 성공 사례로, 향후 인간용 인공혈액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간용보다 동물용 의약품 임상시험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인공혈액 기술이 상용화되면 혈액 부족 문제 해결, 응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 맞춤형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백은정 아트블러드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정부의 지원을 고려할 때, 인공혈액 시장에서 한국이 퍼스트 무버가 될 가능성도 높다"며 "하지만 장기적인 과제인만큼 한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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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고령화로 '피 부족 국가'가 현실화하고 있다. 2023년 국내 헌혈 건수는 277만6291건으로 집계됐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300만건 가량의 헌혈이 이뤄져야 헌혈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저출생·고령화의 영향으로 주 헌혈계층인 2023년 10대 헌혈 인구는 약 57만명으로, 10년 전보다 반토막난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혈액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혈액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일본은 2030년까지 인공혈액을 국가 차원에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메릴랜드대의 인공혈액 개발 컨소시엄에 4600만달러(약 634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컨소시엄은 미국 바이오 기업인 칼로사이트가 개발 중인 인공혈액 '에리스로머'의 상용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한국이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도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 사업이 시작되는 등 국내 스타트업 중심으로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공혈액이 시장 초기단계에 있는 만큼 한국이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 같은 인공혈액 아냐…한국은 적혈구 체외생산" 지난해 일본 나라현립의과대학 연구팀은 모든 혈액형에 투여 가능한 인공혈액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 인공혈액은 폐기 예정인 헌혈 혈액에서 헤모글로빈을 추출해 만든 것이다. 실온에서 2년, 냉장 시 5년까지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문 명칭은 HBOC(Hemoglobin-Based Oxygen Carrier)다.
하지만 HBOC 같은 인공혈액은 과거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지만 심장발작 위험, 임상 부족 등의 이유로 취소되는 등 상용화되진 못했다. 이에 인공혈액을 개발하는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혈액종양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은 이승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이 화학적 결합이나 HBOC 방식의 인공혈액을 개발했지만 독성이 심각해 장기 수송용 용액 등 매우 제한적으로 허가되고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은 주요 스타트업들이 세포 기반 인공혈액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경쟁력도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는 스타트업으로는 아트블러드가 있다. 아트블러드는 2023년 보건복지부의 '세포기반 인공혈액 개발 과제'에 단독 선정된 곳으로, 체외에서 직접 인공혈액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골수의 혈액 생산 과정을 체외에서 구현해 실제 혈액세포와 동등하고 기능 확장이 가능한 '바이오블러드'를 독자 기술로 생산한다. 특히 임상 적용이 가능한 정상 염색체를 지닌 적혈구 전구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세포주 개발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입셀, 듀셀바이오 등도 인공혈액 개발에 뛰어들었다. 입셀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분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공 적혈구 제제를 대량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입셀은 최근 주지현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첨단세포치료사업단장 교수팀의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해 보건복지부 국책사업 과제에 선정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우주에서 조혈모세포와 인공혈액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듀셀바이오는 유도만능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등 증식능 및 분화능을 가진 세포를 이용해 수혈 가능한 인공 혈소판을 개발하고 있다. 듀셀바이오의 줄기세포 기반 인공 혈소판 제조 플랫폼 'en-aPLT™'은 현재 전임상 시험에 진입했고 올해 임상 시험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인공혈액 시장도 주목 인간용 인공혈액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용 인공혈액도 개발되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의 혈액은 주로 공혈견을 통해 공급되지만, 공혈견의 수가 제한적이고 윤리적 문제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트블러드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개 혈액의 체외 생산에 성공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회 CELL BIO 2024에서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인간과 개 유래의 사이토카인과 세포 표지자를 활용해 약 20일간의 배양 과정을 통해 적혈구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개 혈액 체외생산 기술의 첫 성공 사례로, 향후 인간용 인공혈액 상용화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간용보다 동물용 의약품 임상시험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인공혈액 기술이 상용화되면 혈액 부족 문제 해결, 응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 맞춤형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백은정 아트블러드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정부의 지원을 고려할 때, 인공혈액 시장에서 한국이 퍼스트 무버가 될 가능성도 높다"며 "하지만 장기적인 과제인만큼 한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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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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