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지자체의 '따로국밥 창업정책'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4.05.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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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수도권 집중현상 해소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에 이어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역 성장지원 서비스 경쟁력 강화방안' 등 여러 대책들이 계속 나왔다.

이번 정부 방안은 지역 벤처·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역 전용 벤처펀드를 2026년까지 누적 1조원 이상 신규 공급하고, 지방자치단체·법인의 개인투자조합 출자 허용 상한선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각 지자체들도 정책금융 및 민간출자와 연계한 지역 전용 벤처펀드 조성을 비롯해 스타트업 공간 마련과 산학연 연계 강화 등 다양한 창업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중앙정부는 탑다운으로, 지자체는 바텀업으로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이 따로 놀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중앙정부 공무원은 각 지역별 특성을 모른 채 일괄적으로 찍어 누르듯 정책을 집행하고, 각 지역 공무원은 정부와 손잡고 정책 성과를 높이고 싶어 하지만 지역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인해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한다.

한 지자체의 창업 분야 담당자는 "정부의 방안들은 실제로 보면 재탕, 삼탕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것을 그대로 가져오니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며 "중앙에서 적극적으로 지역과 손잡는 것이 중요한 데 우리의 이야기를 말하고 듣는 기회조차 갖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가 지역창업 관련 지원 사업을 모집할 때 특화 전략을 갖고 오라고 하면서도 요구하는 자료 기준은 모두 똑같다. 현업에서 보면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지역을 이해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지역 액셀러레이터(AC)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의 방안에 대해 "투자사를 수도권 투자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라 아쉽다. 만약 제주도라고 하면 '관광스타트업-관광특화 AC-문화체육관광부' 매칭 등 지역별 특징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우선 정부와 지자체부터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로국밥을 먹는 지금 상태로는 정부도 지자체도 각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너지를 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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