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유니콘이 많다는 착각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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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유니콘'은 전설 속 동물이다. 경제계에선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이렇게 부른다. 창업가들에겐 말 그대로 꿈 같은 목표다.

이런 유니콘이 최근 부쩍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수는 이달 기준 15개사다. 유니콘 집중육성을 천명한 지난해 4월 정부는 'K유니콘' 사업을 시작했고 같은 해 10월 국무회의 때 2022년까지 유니콘을 20개사로 늘리겠다는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유니콘 중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쿠팡'과 '우아한형제들'이 각각 미국 뉴욕증시 상장,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인수·합병으로 빠졌고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카카오 계열 '카카오게임즈', '검은사막' 등 온라인 게임개발사 '펄어비스' 등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서 제외된 점을 고려하면 어쨌거나 당초 목표를 조기에 달성한 셈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수를 치긴 이르다. 이런 결과가 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이렇다. 먼저 정책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점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규모 있는 투자'는 이뤄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 사이 '눈먼 돈' 사냥꾼들이 다시 판을 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투자불균형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유니콘 육성에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인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 시절 정부와 민간이 함께 스타트업 스케일업에 필요한 시리즈B·C 단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BH(청와대)와 함께 검토한 바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는 박근혜정권의 몰락과 문재인정권 출범 사이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성장가속화기(시리즈 B·C)에 대한 투자부족분을 외국 자본이 메우면서 국부유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가득하다.

'규제 샌드박스' 등 스타트업 사업자가 신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는 규제샌드박스 1호점 폐업과 함께 "시늉만 하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대표적 네거티브 규제국가인 미국·중국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 애리조나주는 블록체인 기반 서명, 계약 등이 법률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자거래법을 개정했고 중국 정부는 민간기업의 시장진입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기존 328개에서 151개로 대폭 축소하고 적용지역도 4개 시범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미국과 중국은 전세계 유니콘 수로 1~2위를 다투는 국가다. 이처럼 선제적이면서 과감한 규제개혁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포지티브형 규제로 신산업 분야에 제약이 너무 커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유니콘 수만큼 유니콘이 마음껏 뛰노는 마당도 함께 마련되면 좋으련만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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