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원료로 재탄생한 토종 농산물...글로벌 K푸드 열풍 잇는다

익산(전북)=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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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기능성원료은행·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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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방앗간을 운영하던 분이 들기름을 좀 더 특별하게 판매하고 싶다고 해서 기능성 원료인 홍삼을 넣어 만든 오메가-3 젤리입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관리·운영하는 기능성원료은행(이하 원료은행) 3층 추출·농축실. 이곳 기술지원부 배정민 기능성원료표준화팀장이 이 같이 말한 다음, 테이블 위에 올려진 시제품을 들어 보였다.

기능성 원료가 들어간 일반식품. 포장에 기능성이 문장으로 표시돼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기능성 원료가 들어간 일반식품. 포장에 기능성이 문장으로 표시돼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포장지에는 '국내산 들깨를 볶지 않고 추출한 100% 생들기름 오메가3'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다. 이는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 제도에 따라 가능해진 것이다. 이전에는 건강기능식품에만 기능성 표시가 허용됐지만, 2020년 12월부터는 인체에 유익한 기능성 원료·성분을 사용한 일반 식품에도 기능성을 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옆에 진열된 아몬드 카라멜초코 제품에는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홍삼이 들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기술지원부 배정민 기능성원료표준화팀장이 초고압추출기 앞에서 각종 기구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기술지원부 배정민 기능성원료표준화팀장이 초고압추출기 앞에서 각종 기구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이러한 제도 변화에 따라 최근 많은 푸드테크(식품기술) 기업들이 원료은행을 찾고 있다. 진흥원이 총 1872㎡, 지상 3층 규모로 조성한 원료은행은 다양한 기능성 식품 개발을 지원하는 실험과 연구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1층은 생산한 원료를 비축하고 기업에게 분양하는 공간이다. 원료 건조를 위한 건조실, 원료 비축을 위한 보관실(상온 1개, 냉장·냉동 2개, 냉동 1개), 분양상담실 등이 마련돼 있다. 2층은 기능 성분 분석을 위한 전처리실과 분석실, 3층은 원료 추출·농축을 위한 가공실, 기술 교육 및 실습실, 성분 분리·정제를 위한 실험실이 구성돼 있다.

여성 건강식품 전문기업 휴바이오는 이곳에서 '발아발효콩추출분말'을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갱년기 여성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로 인정을 받았다. 배 팀장은 "휴바이오는 10년 넘게 준비했지만, 섭취 안전성 자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센터에서 동물실험을 통한 독성 실험을 지원하고, 원료 생산에 필요한 국산 산화콩 70톤을 농가와 연결해 수매계약도 도왔다"고 전했다. 진흥원은 2020년부터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의 활성화와 국산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식품 벤처·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러한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기능성원료 추출실에서 작업하는 모습/사진=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연구원들이 기능성원료 추출실에서 작업하는 모습/사진=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2층 분석실에는 물과 주정을 이용한 다양한 용매 추출 장치들이 가득하다. 배 팀장은 "보리차도 10분과 30분 끓였을 때 색이 다르듯, 성분을 최대한 추출할 수 있는 조건을 찾기 위해 여러 실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6개의 챔버가 달린 추출기부터 초음파 추출 장치까지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초음파 장치는 "안경 초음파 세척기와 같은 원리"라고 배 팀장은 덧붙였다.
초임계추출기/사진=류준영 기자
초임계추출기/사진=류준영 기자

특히 '초임계 추출기'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식은 50~60도 이하의 저온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원료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헥산 등의 잔여물이 남지 않고 고온으로 인한 손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배 팀장은 "기존 추출법을 조금 고도화한 방식으로 초임계로 했을 때 훨씬 기능 성분을 많이 뽑아낼 수 있는 소재들이 있긴 한데 초임계라는 단어 자체가 고급스럽고 신기술처럼 들려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추출이 완료되면 원료는 분말화 과정을 거친다. 배팀장은 "기능성 원료는 가루 형태로 만들면 유통 중 부패를 막고, 필요한 기업에 소량으로 나눠주기에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항온·항습시스템/사진=류준영
항온·항습시스템/사진=류준영

분석실에서는 냉장고처럼 생긴 항온·항습 장비로 유통기한 내 성분의 안정성을 검증한다. 예를 들어 유통기한이 2년일 경우, 온도를 60~70도로 높여 24주간 가혹한 환경을 만들어 빠르게 테스트를 진행한다.


원료은행에서 개발된 기능성 원료는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로 옮겨져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받는다. 이 센터는 1층 동물실험실(635.01㎡), 2층 기능성분분석실(163.24㎡), 3층 세포실험실(229.74㎡)로 구성되어 있으며, 설치류 채성분분석기, 골밀도 측정기, 전자동염색체분석기, 혈구분석기 등 다양한 실험장비도 갖춰져 있다.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에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식품기능성평가지원센터에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능성 원료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배 팀장은 "2023년 10월, 식약처로부터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은 당조고추 건조분말"이라고 답했다. 이 원료는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준다. 그는 "조미 가루처럼 밥 위에 뿌려 먹을 수 있게 만들면 혈당 관리가 필요한 분들이 외출 시에도 활용하기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최근 4년 동안 △블랙라즈베리(혈압 조절) △마늘(혈압 조절) △토종 복분자(항산화) △당조고추(혈당 조절) 등 총 4건의 국산 식품 소재에 대한 기능성 원료 인정을 받는 성과를 냈다.

배 팀장은 "연구를 하다가 막힐 때면 인삼이나 홍삼을 담근 선조들의 옛 조리 방식에서 해답을 얻는 경우도 있다"며 "선조들의 지혜와 첨단기술을 접목해 K-푸드의 세계화에 기여하겠다."

기능성 성분 분석실에 연구자들/사진=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기능성 성분 분석실에 연구자들/사진=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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