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불닭볶음면 대히트?...그 뒤엔 이 기술력이 있었다

익산(전북)=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4.11.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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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식품패키징센터 가보니

"이곳이 없었다면 포켓몬빵, 불닭볶음면 히트도 없었다."

18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위치한 한국산업클러스터진흥원 내 식품패키징센터. 이곳엔 3차원(D) 스캐너 및 프린터, 복합환경진동시험기 등 총 96종의 용기와 포장 관련 제조·시험장비가 설치·운영 중이다. 국내 공공기관 중에선 최초이자 유일한 식품포장전문연구기관이다. 허준 식품패키징팀 과장은 "K-푸드 붐을 일으키는데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해온 곳"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포켓몬빵의 경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어서 보존제를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소비기한이 짧고 곰팡이 번식도 빨라 고객항의가 많았다. SPC삼립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이곳에 의뢰했다. 연구진은 수 개월 간의 연구 끝에 포장지 내 산소를 빼고 치환 가스(이산화탄소)를 채워넣는 포장기법을 제안했다. 이러면 호기성·혐기성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를 통해 소비기한을 5일에서 9일로 늘리고 냉장 보관하지 않아도 됐다. 이뿐 아니라 연간 6.5톤(t)의 식품폐기물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와 연간 1억5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예방할 수 있었다.
불닭볶음면 포장 설계전과 후를 비교한 사진/사진=류준영 기자
불닭볶음면 포장 설계전과 후를 비교한 사진/사진=류준영 기자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미국, 유럽 등 먼 거리를 수출하는데 포장상자가 항상 말썽을 부렸다. 컨테이너 내에 습한 환경이 상자를 젖게 해 최하단에 위치한 포장상자가 우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상단에 상자들이 쏟아지는 등 훼손 돼 물류 운송에 차질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상자압축강도시험기를 통해 상자하중을 측정하고 상자 재질의 강도를 높이는 등 적정포장설계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식품패키징센터는 식품포장실험실, 항온항습실, 전자현미경관찰실, HMR 포장개발실 등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시험 장비·시설을 갖춘 덕에 2020년 공인시험기관을 지정하는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포장 분야 31개 테스트 항목에 대한 공인시험성적서를 발급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 성적서는 미국, 유럽 등 103개국에서 동등한 효력을 인정받는다. 허준 과장은 "식품기업의 개별 제품 특성을 고려한 포장 형태, 구조설계, 포장재 선정 등의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며 "최근엔 입소문이 나 중소·중견식품기업은 물론 푸드테크(식품기술) 스타트업들의 시험 분석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 사진은 기존 기포 완충재로 참기름병을 포장한 모습, 오른쪽은 '식용유지 전문 운송트레이'로 포장한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왼쪽 사진은 기존 기포 완충재로 참기름병을 포장한 모습, 오른쪽은 '식용유지 전문 운송트레이'로 포장한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식품포장실험실엔 그간 성과물들을 전시해뒀다. 참기름, 들기름 등의 식용유지를 전문으로 한 운송트레이가 눈에 띄었다.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식용유지 판매를 위해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기포 완충재로 포장했다가 유리병이 깨지면서 컨테이너 내 전 제품을 배상해야 하는 청구소송이 일어났던 게 이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였다. 센터가 개발한 식용유지 운송트레이는 마치 계란판처럼 간단히 넣고 닫을 수 있도록 제작돼 제품 하나하나를 기포 완충재로 싸지 않아도 된다. 이를 통해 박스당 45분이 걸리던 포장시간을 5분으로 줄이고, 포장재 사용량도 6분의 1로 줄어 포장비용을 기존 3880원에서 1980원으로 49% 가까이 아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복합환경진동시험실험실에 가까워지자 땅이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이곳에선 트럭, 선박, 항공, 철도로 운송하는 4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실제 환경과 같은 조건에서 포장이 버티는지를 확인한다. 허 과장은 "트럭으로 운반하는 경우 방지턱을 넘을 때 가해지는 충격이라든지 항공기로 운송할 때 난기류를 만나 지속적으로 떨리거나 이·착륙 시 받는 충격 등을 잘 견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수출할 때 어떤 방식으로 포장해야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미리 체크할 수 있어 바이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복합환경진동시험기/사진=류준영 기자
복합환경진동시험기/사진=류준영 기자
바로 옆엔 전문낙하시험장이 있었고 각기 다른 재질과 크기의 상자들이 놓여있었다. 이곳에선 대략 7미터(m) 높이에서 포장상자를 떨어뜨리고 이를 초고속카메라로 촬영해 상자의 어떤 부위가 약한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클러스터 내 식품벤처센터에 입주한 42개 기업을 비롯해 외부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주로 3D 스캐너·프린팅을 쓴다고 했다. 시설 관리자는 "대당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라고 귀띔했다. 허 과장은 "보통 용기 형상 시제품을 디자인 할 때 금형제조를 이용하는 데 준비까지 2~3개월이 걸리는데다 비용도 300~500만원 사이로 고가"라며 "3D 스캐너·프린팅을 이용하면 72시간 이내 소재값 정도로 해서 시제품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 측은 "식품패키징센터 뿐 아니라 이달 21일 문을 연 청년식품창업센터를 비롯해 기능성원료은행, 소스산업화센터, HMR 기술지원센터 등 총 12개 시설을 통해 식품 개발을 위한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며 "식품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대표 식품 클러스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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