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이전한 화학연구원 내 담당연구원과 수요기업, 공급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입주해야 하며, 이곳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지난달 17일, 대전 유성구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에 문을 연 화학소재·부품 상생기술협력센터, 최경건 중소기업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이 입주 조건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기존 기술사업화 방식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에서도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 책임연구원은 "기술사업화 전 과정의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협력연구를 수행하면서, 기술을 시장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기업에는 최소 2명 이상의 연구인력을 상주시켜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센터를 통해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기술 자립을 앞당기고, 새로운 상생 협력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상생기술협력센터 내부 1층 협력기업 홍보 디스플레이/사진=화학연센터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연면적 5,401㎡ 규모로 지어졌으며, 공동연구를 위한 상생형 연구공간과 개별 사무공간, 스케일업 연구실, 회의실 및 편의시설 등을 갖췄다.
1층에 들어서면 고급 호텔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협력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대형 디스플레이 옆에는 여러 대의 컴퓨터가 마련된 학술정보실이 자리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기업 관계자들이 AI 기반의 특허·논문 검색 서비스, 기술 분석 자료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상생기술협력센터 1층 학술정보실/사진=화학연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보안 구역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간은 층고가 약 3층에 달하는 스케일업 연구실이다. 이곳에는 물질의 표면과 구조, 물성 등을 분석하고 촉매를 개발할 수 있는 첨단 과학 장비 9종이 곧 도입될 예정이다.
최 연구원은 "이 장비들은 수억 원대의 고가 장비로, 기업이 자체 보유하기는 어렵다"며 "입주 기업은 이를 시중 가격보다 약 70%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전문 장비 운영자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실의 일부는 시제품 제작을 위한 '메이크 스페이스'로 조성될 계획이다. 상생기술협력센터 2층 상생형 연구공간/사진=화학연
센터에는 이 외에도 상생형 연구공간 6실, 개별 사무공간 18실, 중소회의실 8실, 네트워킹 공간 등이 마련돼 있으며, 3층도 유사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컨소시엄에 제공되는 연구공간은 약 50평(135.84㎡) 규모이며, 최대 6개 컨소시엄이 입주 가능하다.
이미 세 개의 컨소시엄이 입주를 확정했다.△혼합 폐섬유의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리뉴시스템(수요기업: 효성티엔씨, 기술이전: 화학연 그린탄소연구센터 조정모 박사)' △차량 일체형·건물 창호형 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고산테크(비공개, 광에너지연구센터 전남중 박사) ' △축전식 탈염 기술 기반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 '시온텍(비공개, 신뢰성평가센터 이진희 박사)' 등이다. 이들은 모두 화학연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공동연구를 진행하거나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상생기술협력센터 2-3층 스케일업 연구 공간/사진=화학연
센터를 찾은 고산테크의 유종수 CTO(최고기술책임자)는 "현재 드라이룸과 클린룸 공사를 진행 중인데, 규모가 커서 입주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될 것 같다"면서도 "조건이 이만큼 좋은 곳은 드물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 연구원은 "센터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최적화된 설계를 적용해 폐수처리시설 등을 완비했다"며 "기업들이 별도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실험실을 자유롭게 꾸릴 수 있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화학연은 입주 컨소시엄의 기술사업화를 위해 연간 약 1억 원 규모의 후속연구비를 자체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 기업들은 이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술사업화에는 시제품 제작, 제품 디자인, 실증, 수요처 연계 등 다양한 실무 작업이 필요하다"며 "센터나 입주 기업이 이 모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사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