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AI 추경에도 씁쓸한 K-팹리스들, 왜? [비하인드 칩스]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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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의 비하인드 칩스]

[편집자주]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즐비한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아직 작은 기업들이지만, 차별화된 기술력과 전략으로 치열하게 시장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흥망성쇠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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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도 과기정통부 핵심과제 추진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 장관은 GPU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1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도 과기정통부 핵심과제 추진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 장관은 GPU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면서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편성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여야가 AI 분야에 2조~5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대규모 예산이 AI컴퓨팅센터에 투입될 전망이다.

조단위의 액수가 투입되는 AI컴퓨팅센터는 민간기업과 정부가 합작으로 설립하는 일종의 AI모델 개발·서비스용 데이터센터다. AI모델 개발·서비스에 해외 데이터센터 비용 등이 장벽이 되는 만큼 정부가 국내 인프라를 구축해 비용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계획됐다.

정부는 일단 예산으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구매해 AI컴퓨팅센터를 구축하고 2030년에는 반도체의 50%를 국산 NPU로 채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계획에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엔비디아 체제만 더욱 공고해지고 토종 AI반도체 생태계를 키울 골든타임만 허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① "GPU 락인되면 非엔비디아 넣기 어려워"


데이터센터 예시/이미지=스톡케이크
데이터센터 예시/이미지=스톡케이크
팹리스 업계는 현재 정부가 지나치게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에만 올인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 지금의 행보로는 정부의 계획처럼 5년 뒤 국산 NPU를 50%까지 채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I컴퓨팅센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최고급 GPU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AI컴퓨팅센터가 모두 엔비디아의 GPU만으로 구축될 때 발생하는 '락인(Lock-in)'효과다. 엔비디아는 GPU를 판매할 때 데이터센터 구축 부품들과 CUDA 같은 GPU 활용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한다. 모두 엔비디아의 GPU에서만 사용할 수 있거나 최적의 성능을 내도록 설계됐다.

이 때문에 한 번 데이터센터가 엔비디아 GPU만으로 구성되면 비(非) 엔비디아 반도체를 추가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AI반도체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나중에 다른 반도체를 넣어 구조를 변경하는 건 기존 인프라들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수준"이라며 "인프라를 두 번 짓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팹리스들이 상당한 수준의 NPU를 개발하고도 민간시장에서 쉽사리 엔비디아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AI컴퓨팅센터만은 시작부터 GPU와 NPU를 혼합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기부터 혼합 설계가 되지 않으면 5년 뒤 국산 NPU 50% 확보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최근 SNS(소셜미디어)에 "2030년 (국산 NPU) 50%가 아니라 당장 2025년에 5%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시작해야 2030년에 겨우 20~30%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② "AI, 개발 끝나면 서비스해야…NPU 수요 有"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사용자 휴대전화 화면에 딥시크(DeepSeek)와 챗GPT(ChatGPT)의 애플리케이션이 보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사용자 휴대전화 화면에 딥시크(DeepSeek)와 챗GPT(ChatGPT)의 애플리케이션이 보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물론 일각에선 한정된 예산에서 일단 GPU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올해 초 딥시크가 AI 패권 전쟁에 불을 지핀 만큼 AI모델 개발을 위해 GPU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아직 AI모델을 개발하는 '학습 연산'에서는 엔비디아의 GPU 이상의 효율을 내는 반도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팹리스 업계는 이에 대해 "고급 AI모델을 개발해서 기록만 세우고 끝내려는 건 아니지 않냐. 오히려 AI모델 개발사들을 위해서라도 NPU가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AI모델 개발사들도 개발이 끝나면 기업이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추론 연산에서는 NPU가 더 높은 비용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런 이유로 최근 글로벌 주요 데이터센터들은 NPU를 포함한 다양한 반도체 기반의 아키텍처(HSA)로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딥시크 역시 AI모델 개발에는 엔비디아 GPU를 썼지만 이를 외부에 서비스할 때는 화웨이의 NPU인 '어샌드 910'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메타가 국내 NPU 팹리스 퓨리오사AI를 인수하겠단 의사를 밝힌 것도 AI를 보다 효율적으로 서비스하는 수요가 커져서다.


이유③ "NPU는 나중에?…그땐 중국산밖에 없을 수도"


중국 화웨이가 중국 파운드리 SMIC를 통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 '어센드 910' /로이터=뉴스1
중국 화웨이가 중국 파운드리 SMIC를 통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 '어센드 910' /로이터=뉴스1
국내 AI반도체 업계가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고성능·저전력 AI반도체(NPU)' 분야 한국 기술력은 61.7점으로 미국(96.7점), 중국(71.6점)에 이어 3위다. 아직 상위권이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화웨이 등 테크기업들이 반도체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정부 주도로 내수 시장에서 최적화 경험을 빠르게 쌓아 올리기 때문"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지금 다양한 데이터센터에 적용돼 최적화 경험을 쌓지 않으면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1~2년 후면 AI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급격히 늘어나 이들을 위한 NPU가 대량으로 필요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그땐 어쩔 수 없이 경험이 풍부한 중국산 NPU를 활용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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