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수출길 넓힐 신개념 포장지 뜬다...20년 베테랑의 늦깎이 창업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4.1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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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최영진 리젠피엔엠 대표

리젠피엔엠 최영진 대표/사진=부산대 기술지주
리젠피엔엠 최영진 대표/사진=부산대 기술지주
"이런 포장재는 처음 본다는 분들이 많았다."

기능성 필름을 개발하는 부산대학교 연구소기업 리젠피엔엠 최영진(56) 대표는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도쿄팩 2024'에 참여한 뒤 제품 시장성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류 붐을 타고 K-푸드 수출길이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추장, 된장, 김치, 김 등을 해외에 수출하려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은 포장이다. 예를 들어 김치의 경우 비닐을 2겹 이상 싸고 케이블 타이로 꽉 묶어도 내부에 생긴 물이 밖으로 흘러내릴 때가 있고, 이동 중 포장지 내에 질소가 많아지면 배추김치에 까만 점이 생기는 깨씨무늬(깨알박이) 현상 등이 생겨 판매자를 난처하게 만든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미세한 홈이 숭숭 뚫린 포장지를 써왔던 탓에 채소류 등에서 생긴 물이 밖으로 새고 미생물이 번식하는 일이 벌어졌다. 반면 리젠피엔엠이 선보인 포장재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가스는 투과하면서 물은 통과하지 않는 '비관통 통기성 필름'으로 만들어 이럴 염려가 없다는 설명이다.
기존 포장지 재료인 통기성 필름은 레이저, 열침, 다이아몬드 압착롤 등을 이용해 필름을 스크레치 하거나 관통하는 방법으로 통기성을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미세 플라스틱도 발생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리젠피엔엠은 필름 내부에 나노 구조체를 만들어 통기성 필름을 제작했다. 이러면 미세 플라스틱이 생기지 않고 상품을 변질시키는 미생물 투과도 막을 수 있다. 롤투롤 고속 생산도 가능해 대량 납품도 가능하다.

최 대표는 "국가 간 농산물 교역 물동량이 늘고 기후 변화로 신선도 유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수확 후에도 생리활성 작용을 지속하는 농산물 특성에 맞는 비관통 통기성 필름을 수출용 농산물 포장용 소재로 개발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제품은 2025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필름업계에서 연구소장으로만 20년 이상 근무한 포장재 분야 전문가다. 범용 제품 생산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낀 그는 부산대학교로부터 비관통 통기성 필름과 내열·단열성 필름 제조 특허를 이전받아 지난해 8월 리젠피엔엠을 설립했다. '늦깎이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 대표는 "과자, 식품 등을 담는 범용 제품 생산만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 보고 싶어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당장 회사 운영과 연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최 대표는 지난해 말 부산대기술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기회를 잡았다. 이를 통해 벤처캐피탈(VC) 투자를 유치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선정돼 사업 추진에 큰 동력을 얻었다.
전기차 화재 열 폭주 방지용 필름/자료=리젠피엔엠
전기차 화재 열 폭주 방지용 필름/자료=리젠피엔엠
최 대표는 차기 제품으로 '전기차 화재 열폭주 방지용 필름'도 완성도를 높이며 순조롭게 마무리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는 전기차 화재 시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배터리 셀 사이에 넣는 단열성 필름이다. 내열성 필름을 적층한 뒤 미세한 홀을 가공해 내부에 밀도가 낮고 미세한 입자인 에어로젤과 카본을 충진, 압착 할 수 있게 만든 소재다. 현재 팁스(TIPS)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기술 고도화를 진행중이다.

최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내부 온도가 1200도 이상 오르고 잘 진화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내열성과 단열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더 높다"며 "우리 제품은 화재에 대한 유엔(UN)의 안전권고 기준을 통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은 현재 해외 자동차 업체인 볼보, 폭스바겐의 성능 테스트를 통과했다.

리젠피엔엠은 이 기술을 앞으로 전기차뿐만 아니라 ESS(에너지저장장치)와 항공, 선박, 건축 분야 등 고온 단열이 필요한 전 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활용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최 대표는 "타 분야 기술과 융·복합한 새로운 소재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나가며 포장재 분야 일등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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