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진 벤처펀드 11조 행선지는…신규투자 보다 후속투자 집중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12.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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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펀드 결성액 및 투자액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벤처펀드 결성액 및 투자액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A사는 최근 브릿지 라운드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결과는 100억원대 투자 유치, 당초 기대보다 2배 이상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이유는 기존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팔로우온(후속투자) 덕분이다. 브릿지 라운드 초반만 하더라도 팔로우온에 관심 없던 기존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9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캐피탈(VC)들은 팔로우온에 집중하고 있다. 팔로우온이란 VC가 기존 포트폴리오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후속투자를 뜻한다. 주로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포트폴리오사를 대상으로 지분율을 유지하고, 회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진행한다.

최근 VC가 팔로우온에 열을 올리는 건 턱까지 차오른 투자기간 때문이다. VC는 8년 만기인 벤처펀드를 운영하는데 초반 4년은 투자, 나머지 4년은 관리 및 회수에 사용하게 된다.

2020~2023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넘치는 유동성에 벤처펀드 결성이 줄을 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 기간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는 58조2123억원이다. 4년 동안의 투자 기간을 고려하면 약 60조원의 투자 재원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벤처투자액은 47조4172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고금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여파다. 벤처펀드 결성액에서 투자액을 뺀 10조원이 넘는 자금이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로 남았다.

기간 내 투자가 중요한 건 관리보수 때문이다. 벤처펀드 관리보수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지급된다. 벤처펀드 결성 직후 4년간은 약정총액에 관리보수율을 곱한 걸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지급한다. 이후 4년간은 투자잔액(집행된 투자금액)에 관리보수율을 곱한 기준으로 한다. 벤처투자 촉진을 위한 조치다. VC는 관리보수 수취를 위해 빠르게 펀드를 소진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투자 대상이다. 최근 대내외 시장 환경을 비춰봤을 때 VC가 신규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경기 불확실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데다 주요 투자 회수 창구였던 기업공개(IPO) 시장도 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믿을만한 포트폴리오사로 투자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업력별 벤처투자 현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초기 기업(3년 이하)에 대한 벤처투자액은 전년동기 대비 24.8% 급감했다. 반면, 중기(3~7년)과 후기(7년 초과)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액은 각각 19.5%, 27.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VC 관계자는 "올해 투자심의위원회에 신규 투자건수가 올라온 건 손에 꼽는다. 최근 집행한 신규 투자 1건 역시 실제 집행까지 4개월 넘게 걸렸다"며 "불확실한 신규 투자보다 앞서 이미 충분히 검토가 끝난 유망 포트폴리오사에 대한 팔로우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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