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모험자본'만으론 한계..."해외 벤처투자자 당근책 절실"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5.0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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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글로벌 창업도시로 가는 길③]

[편집자주] 1998년 벤처기업육성특별법 도입 후 국내 창업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질적인 면에선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수도권 쏠림은 심화하고, 글로벌화는 더디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창업이 경제를 이끄는 동력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창업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국가 차원을 넘어 지역 단위 맞춤형 창업생태계를 구축, '글로벌 창업도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유니콘팩토리가 다각도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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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주요국의 외국자본 벤처펀드 출자비중/그래픽=이지혜
2023년 주요국의 외국자본 벤처펀드 출자비중/그래픽=이지혜
동남아시아 최대 공유 모빌리티 기업 '그랩', 중국 패션업체 '쉬인' 등 글로벌 데카콘들들(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는 '동남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스타트업 전문 연구기관 스타트업게놈의 '2024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GSER)에서 싱가포르는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7위, 아시아 1위에 올랐다. 규제 철폐, 투자 혜택 등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함께 글로벌화된 벤처투자 시장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세콰이아캐피탈,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은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해 동남아 투자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싱가포르에는 약 400여개의 VC와 240여개의 엑셀러레이터(AC)가 활동 중이다. 투자정보업체 프레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싱가포르 벤처펀드의 외국자본 출자 비중은 84%에 달한다.


싱가포르에 글로벌 모험자본 모이는 이유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의 모습. 싱가포르는  GFCI(국제금융센터지수) 평가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사진=김남이 기자(싱가포르) /사진=김남이
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의 모습. 싱가포르는 GFCI(국제금융센터지수) 평가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사진=김남이 기자(싱가포르) /사진=김남이
글로벌 자금이 싱가포르에 모이는 이유는 복잡한 외환거래 절차가 없고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해외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2020년 '가변자본기업(VCC)' 제도를 도입했다. 싱가포르에 회사 형태로 펀드를 만들면 법인세 등 세금 면제, 다양한 자산군에 별도 라이선스 없이 투자 등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VC인 500글로벌의 신은혜 심사역은 "싱가포르는 올해부터 현지 기업의 법인세율을 세계 최저 수준인 15%로 낮추는 등 강력한 세금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며 "법인 설립 후 첫 3년간 상당 금액을 면세해주고 패밀리 오피스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 등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언어적 장벽이 없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신 심사역은 "영어가 공용어라서 절차상 외국인이 등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다"며 "외환신고 등도 디지털화돼 있어 평균 2~3일 이내 처리되고 세금도 외국인투자지원 창구에서 일괄적으로 안내하는 매뉴얼이 있다"고 말했다.


"법인설립·외환신고 복잡…글로벌 스탠다드 맞춰야"


[서울=뉴시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서울 중구 DDP 디자인랩에서 '중소벤처 글로벌화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1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서울=뉴시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서울 중구 DDP 디자인랩에서 '중소벤처 글로벌화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1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국내에서도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500글로벌 등 글로벌 VC들이 투자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비중은 미미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에서 글로벌 VC의 투자비중은 2023년 기준 2.1%에 그쳤다.

글로벌 VC의 국내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선 싱가포르처럼 법인 설립이나 외환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VC 한 관계자는 "현지법인 없이 컨설팅업체로 등록하고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VC 라이센스를 따려면 자본금 20억원이 필요하고 법인 설립 등이 복잡해 지사 설립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 관계자도 "역외펀드로 국내 기업에 투자할 때 이중과세를 피할 수 있도록 국외투자기구의 면제신청 방안 등이 있지만 그 절차가 상당히 번거로워 국내 운용인력이 없으면 실질적으로 신청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글로벌 VC들이 세금 문제로 국내 투자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외VC가 벤처펀드를 조성할 때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조건으로 자금을 출자하는 글로벌펀드가 대표적이다. 중기부는 올해 1조원 이상의 글로벌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다드와 다른 출자 방식, 과도한 서류업무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글로벌 VC 관계자는 "해외는 VC와 LP 간 1대1 소통으로 신뢰를 쌓아 출자하거나 펀드레이징 에이전시를 통해 출자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한국은 공개입찰 프로세스를 밟아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지사를 둔 글로벌 VC 관계자도 "모태펀드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일정 운용규모를 갖춘 글로벌 VC에겐 과도한 서류업무를 감당할만큼 모태펀드 출자금이 메리트 있지 않다"며 "실제로 글로벌펀드에 지원한 VC를 보면 한국인 교포가 설립한 해외VC거나 신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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