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 '2024 출연연x연구소 TLO 연례 콘퍼런스' 전문가 패널 토론
"최근 공공연구기관 TLO(기술이전 전담조직) 업무는 기존 기술이전, IP(지적재산권) 관리 중심에서 스케일업, 창업·사업화, IP 수익화 등으로 그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는 추세다."(신정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본부장)
"창업심의위원회 수많은 절차를 생략하고 '창업도움 전담 코디네이터'를 육성하자."(강선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화실장)
29일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2024 출연연x연구소 TLO 연례 콘퍼런스'에선 기술 사업화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한 TLO의 새로운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앞서 지난 22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는 "한국은 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 꼬집었다. 네이처는 각 국가의 R&D(연구개발) 영향력·경쟁력을 분석, '네이처 인덱스'를 발표하는 데 막대한 투자에 비해 산업화 연결이 안 되고 있는 우리나라 R&D의 고비용·저효율성을 지적한 것이다.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가별 GDP(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 비율에서 한국은 5.2%로 2위지만, 연구성과는 세계 8위에 그쳤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학계와 산업계 간 연결고리가 약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R&D 예산안에선 AI(인공지능), 바이오, 양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이 전략적 투자 분야로 선정됐다. 모두 현재와 미래 산업과 직결된 응용·개발 R&D 분야로 최종 목표는 기술사업화다.
이런 배경에서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학계와 산업계 간 느슨해진 기술이전·사업화 구조를 긴밀하게 이을 대안과 더불어 R&D 생산성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와 경험, 노하우 등을 공유했다.
조재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연) 기업협력본부장은 최근 부산대학교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동남권 수소산업 구축을 위한 '유니코어'(Uni-Core) 사업을 소개하며 "학·연 협력을 통해 도출한 성과가 산업계에서 활용되도록 사업화하는 것이 TLO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에 따르면 동남권은 600여개 수소 관련 기업이 분포하고 있고 매출액도 전국 평균보다 높다. 하지만 전문인력 및 기술역량 부족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생기연은 부산대와 함께 수소융합대학원을 공동 설립하기로 하고 공동 TLO를 조직해 투자·펀드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그는 "대학원에선 수소 관련 원천기술 개발뿐 아니라 실용화 연구 수행, 수소 연구 성과의 맞춤형 상용화 프로그램도 지원할 것"이라며 "학·연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공동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한 기관의 보유기술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사업화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정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업화본부장은 "TLO의 전문성 확보하는데 더 공을 들여야 할 때"라며 "특별한 인사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TRI는 누적 기술료 수입이 1조원에 달하며 ETRI의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화·창업한 기업이 180개사가 넘는다.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낸 ETRI 사업화본부엔 약 80명의 전담인력이 있고, 이중 변리사, 박사, 기술거래사 등 전문인력 비율이 약 70%에 달한다.
신 본부장은 "ETRI의 경우 일부 행정인력을 제외하고는 순환근무 대상에서 제외돼 TLO 근속기간이 타 기관에 비해 매우 길다"며 "TLO 인력의 전문역량 확보는 특정 분야에서 오랜 실무경험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점에서 TLO 근속기간은 전문성 확보에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다.
강선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화실장은 "최근 R&D 성과를 기반으로 한 딥사이언스 창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도 연구원 창업이 대학의 교원창업보다 저조한 이유는 출연연 관련 부서 인력의 전문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강 실장은 이어 "그동안 각 출연연에서 창업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창업을 승인하던 방식을,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창업을 허가해주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또 "과기정통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협의하고 있지만, 이해충돌방지법상 기술을 출자한 연구자의 지분소유 문제, 연구자의 스톡옵션 부여 가능 여부 등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연연 TLO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조지혁 성과확산부장은 "올해 4월부터 사업화 공동 추진TF를 통해 융합형 창업 모델을 기획하고, 딥테크(첨단기술) 중심의 기획형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앞으로 법률지원 강화, 수요 기반의 해외기술 마켓팅, 연구소 TLO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사업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홍 한국식품연구원 성과확산실 선임연구원은 "출연연 내부적으로 TLO와 중소기업 지원 부서가 협업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 스타워즈 레이저포 현실로…'1발 O천원' 미래전 게임체인저 키우는 이곳
- 긴장감 넘치는 '피아노 배틀'...연주자 누군가 봤더니 AI 작곡가
- [우보세] 대학이 '퍼스트 무버' 되려면
- "출연연 TLO, 기술이전에서 직접 사업화로 업무범위 확장해야"
-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