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GIST(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 가보니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전' 양상을 보이며 이를 대비한 방어체계로 '레이저 요격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한 번 발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몇 천 원 수준으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요격 미사일보다 경제적인 데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 적의 드론을 정밀 타격할 수 있어서다.
다만, 레이저를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선 출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레이저 출력이 0.5W인데 이를 1만에서 10만W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또 먼 곳까지 날아가 한곳에 위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빛이 금방 흩어지지 않는 원형의 고품질 레이저를 만들어야 한다.
GIST(광주과학기술원)의 고등광기술연구소는 미래전의 판도를 바꿀 광선포 등에 쓰이는 레이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순간출력 4PW(페타와트·1PW=1000조W)의 초강력 레이저 시설을 보유한 곳으로 광(光)과학·기술분야 교육 및 연구·개발기관으론 국내에서 유일한 곳이다. 2001년 5월 개소했다.


이곳에 들어서자 길이 50m 이상의 반도체 생산라인처럼 생긴 육중한 연구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구원들이 시설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모습이 보였다. 이성구 고등광기술연구소 박사는 "4주 실험하고 2주 유지·보수를 하는 사이클로 운영하는데 지금은 시설 보수 중"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연구실 내 벽을 가리키며 "벽 두께가 1m 정도 된다"고 말했다. 고출력 레이저 실험을 하다 보면 인체에 가장 해로운 감마선이나 중성자 등이 나오기 때문에 본격 실험을 실시하기 전 모든 인력이 철수한 것을 확인한 뒤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초강력 레이저는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이를 통해 온도와 압력을 최대치로 높여 진공이나 플라즈마 상태를 만든다. 플라즈마는 간단히 말해 기체를 구성하고 있던 분자나 원자가 전자, 이온, 활성종, 광자 등 다양한 입자로 바뀐 상태를 말한다. 이 박사는 "실제로 우주환경과 같은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관측·연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산부터 의료·반도체 등 활용 무궁무진

망막 검사용 광간섭단층촬영기(OCT)와 같은 의료용 장비를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부품 기술도 개발한다. 고도경 소장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내시경은 광섬유 다발로 빛을 보내 맺힌 신체 내부를 작은 렌즈로 찍어 볼 수 있게 해주는 광학기기로 OCT도 안구 속 단층을 같은 원리로 촬영한다"며 "바이오·헬스케어 기기의 발전과 함께 레이저의 쓰임새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연구와 인프라도 제공한다. 고 소장은 "D램을 여러층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처럼 요즘 반도체 설계는 얼마나 더 정교하고 정밀하게 쌓을 수 있는 설계 능력을 갖췄는가가 중요하다"며 "다시 말해 정밀하고 짧은 파장의 빛을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였는가가 관건인데 우리 연구시설의 고도화가 곧 반도체 기술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등광기술연구소는 올해 2월 국제 고고도(高高度)연구시설재단에 가입했다. 재단이 위치한 스위스 융프라우와 고르너그라트의 해발고도 3000m 이상 고지대는 지상에서 우주 환경을 가장 근접하게 구현할 수 있는 지역이다. 위성-위성 및 지상-위성 장거리 레이저 송수신과 추적 정렬 기술 실증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연구소는 현재 수행 중인 위성간 레이저 통신 기술의 성능평가를 위한 실증시험에 이곳 인프라를 활용할 예정이다.
고 소장은 "지난 20여년간 레이저를 이용한 전자 및 양성자 가속, 나노광학, 광섬유 소재 등 다양한 광 연구를 통해 도출한 성과를 생명·환경·에너지·방산·항공우주 업계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며 "향후 딥테크(첨단기술) 기업이 필요한 고난도 R&D를 뒷받침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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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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