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풍당당 스타트업' 여성 CEO 3인이 말하는 '한국에서 창업하기'

사회·정리=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10.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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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팩토리 1주년, 스타트업계 이끄는 여성 CEO 대담]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

최근 서울 반포대교 남단 한강 수상에 위치한 세빛섬에 새롭게 문을 연 라이트브라더스 세빛 매장에서 (왼쪽부터)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사진=이기범 기자
최근 서울 반포대교 남단 한강 수상에 위치한 세빛섬에 새롭게 문을 연 라이트브라더스 세빛 매장에서 (왼쪽부터)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사진=이기범 기자

10곳 중 1곳, 지난해 말 기준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한 전체 기업(3만8319개) 중 여성이 CEO(최고경영자)인 기업(4101개, 10.7%)의 비율이다. 머니투데이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지난 1년간(2021년 5월1일~2022년 4월30일) '스타트UP스토리'를 통해 세상에 선보인 스타트업(188곳) 중 여성이 대표인 곳도 총 30곳에 불과하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김슬아 대표 등 스타급 여성 창업가가 다수 배출됐지만 한국 창업생태계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다. 하지만 그들이 만든 BM(사업모델)은 창업생태계의 결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니콘팩토리가 출범 1주년을 맞아 스타트UP스토리에 출연한 여성 창업가들을 다시 만났다. '한달살기'란 새로운 숙박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리브애니웨어'의 김지연 대표, 국내 최대 중고자전거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한 '라이트브라더스'의 김희수 대표가 초대에 응해줬다. 아울러 여성 창업가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온 스타트업계 대모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도 함께 자리해 대담을 이끌었다. 그들의 허심탄회한 경험담과 고민, 미래 계획과 함께 여성 창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오랜만이다. 요즘 근황은.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이하 김희수)=서울시와 재생자전거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는 데 최근 부산시에서도 제안이 들어왔다. 조금 설명을 드리면 재생자전거는 거리 곳곳에 방치된 자전거를 세척·분해·수리해 재탄생한 상품이다. 2017년부터 5년간 서울에 버려진 자전거만 7만 9000여대에 이른다. 자치구별 지역자활센터에서 재생자전거를 만들고는 있지만, 그동안 마땅한 판로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판매창구 역할을 맡게 됐다.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이하 김지연)=4월 기준으로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부문에서 우리가 글로벌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다음으로 많이 나왔다. 물론, 에어비앤비는 아직도 컴퓨터 웹 기반으로 예약하는 분들이 더 많아서 그런 영향을 배제할 수 없지만, 어찌됐건 "모바일에선 우리가 에어비앤비 다음이야, 우리가 이정도야"라면서 직원들끼리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제 브랜딩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고객층의 변화도 생겼다. 사업 초기엔 3040세대가 주타깃이었는데 지금은 5060세대들의 유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로 자녀가 군대를 갔거나 결혼 후 독립해 자신만의 여유 시간이 생긴 분들로 추정된다.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하 황윤경)=센터에선 파일럿으로 미국 실리콘벨리 와이콤비네이터에 입성한 창업 선배들이 글로벌 무대를 타깃으로 한 후배기업들을 돕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그때 멘토들이 해외 마케팅 채널이자 현지 투자유치 등의 브릿지 역할을 해줬다.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은.

▶김희수=한강 세빛섬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다양한 장르의 인증 자전거 250여대를 멋진 한강뷰와 함께 사이즈별로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한강 이용자가 연간 6300만명에 이른다. 이중 30%가 자전거 이용객이다. 라이트브라더스의 비파괴 검사 인증 중고자전거의 핵심타깃인 셈이다. 산책하러 나온 분, 러닝하러 나온 분들도 쉬어가듯 이곳에 오신다. 접점이 좋아서 이곳에 새 매장을 내게 됐다. 즐거운 라이딩 라이프를 위한 자전거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갈 계획이다.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김지연=해남, 순천, 울릉도 등 새로운 여행지를 발굴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하늘길이 예상보다 빨리 열려 해외 한달살기 상품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국내 상품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 고객 유치, 인바운드 영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황윤경=근래 저희 센터에 좋은 스타트업을 소개해 달라고 찾아오는 대기업 관계자 분들이 줄을 선다. 그래서 대기업·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력이나 연계사업 확장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면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가 정말 많이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대기업들의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옛날부터 디지털 혁신을 위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하겠다고 말해 왔지만, 주로 해외 스타트업 M&A(인수합병) 위주였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단기간 큰 성장을 이뤘다. 이젠 지속가능성에 신경써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김지연=저희 플랫폼에 부동산 데이터베이스(DB)가 계속 쌓이고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 애월에 있는 A라는 독채가 1년에 얼마 정도 임대 수익이 나는지, 그게 몇 년간 쌓이다 보면 이 지역 임대수익 관련한 가장 정확한 DB가 완성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더 나은, 경쟁력 있고 투명한 상품을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상품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수기, 안마의자, 스마트폰처럼 금융결합상품 도입도 고려중이다.

▶김희수=라이트브라더스는 자전거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을 둘러싼 생태계를 더 건강하게 구축해 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컨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들의 고민은 백팩이다. 서류가방을 매고 가는 데 너무 어색하다. 타고 가는 데 가방이 흔들리고 계속 내려온다.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갖춘 자출족 가방 등 액세서리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면서 불편했던 게 뭐지, 그 불편한 이유들을 하나씩 없애주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이런 작은 서비스들이 모여 라이트브라더스의 브랜드 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황윤경=대부분 초기 스타트업들은 금융상품을 끌어들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그런데 금융상품이 들어가면 이제껏 가져온 상품·서비스의 본질이 자칫 흐리멍덩해질 수도 있다. 도입 이후 '이 상품·서비스의 핵심이 뭐야, 도대체 내가 뭘 팔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을 던질 때가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사진=이기범 기자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사진=이기범 기자
- 앞으로 여러분과 같은 여성 창업자들이 많이 나오려면.

김지연=창업만큼이나 중요한 게 성장을 위한 스케일업이다. 여성 스타트업에 대한 특화된 정책적 지원이나 인프라가 있으면 좋겠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성장 단계별 지원 체계도 마련되면 좋겠다.

▶김희수=롯데에서 하는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돼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곳에 '82스타트업'이란 모임이 있다. 82는 국제전화 걸때 한국 지역번호다. 샌드버드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대표님들도 많았는데 자신의 사업 노하우 등 성장 과정에서 익힌 노하우 전부를 후배들한테 나눠주겠다는 마인드가 엄청 강했다. 여성창업이 활성화하려면 이런 단단한 네트워크가 다양하게 생겨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예비 여성 창업가들이 시행착오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황윤경= 옛날에 성공한 창업가들을 보면 후배들을 양성하겠다는 마인드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쪼개서 사업아이템을 들어주고 보완점을 찍어준다. 다시 말하면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많이 들어왔고, 서서히 뿌리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스타트업 저변이 넓어지고 성공한 기업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일 거다.

지금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돈의 힘'이 끌고 나가는 형국이다. 양적 성장을 벗어나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지 다같이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기술창업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런 기업들이 지역이 아닌 수도권으로 계속 몰린다는 점, 글로벌 도약이 약하다는 점 등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최근 서울 반포대교 남단 한강 수상에 위치한 세빛섬에 새롭게 문을 연 라이트브라더스 세빛 매장에서 (왼쪽부터)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사진=이기범 기자
최근 서울 반포대교 남단 한강 수상에 위치한 세빛섬에 새롭게 문을 연 라이트브라더스 세빛 매장에서 (왼쪽부터)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 황윤경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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