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량 액화수소 충진량 측정기술 등 2건, 연구개발특구 신기술 실증특례 지정
2019년 9월, 1급 국가보안시설인 전남 영광 한빛원전 상공에 허가 받지 않은 드론(무인기)이 수차례 출몰해 보안당국이 긴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주요 석유시설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원전과 같은 에너지 생산시설은 공항과 항만, 청와대 청사와 같이 전쟁·테러 발발 시 타격 목표 1순위에 해당한다.
이들 사건을 계기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5월 불법드론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재난안전통신망(PS-LTE)을 활용한 '첨단 지능형 안티드론 통합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는 드론을 조기에 발견해 무력화하고 사고조사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4개 공공기관, 17개 안티드론 관련 기업들이 참여했고 475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실제 현장에 투입될지 여부는 미지수였다.
재난안전통신망은 현행법상(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재난 관리 목적으로만 사용이 제한돼 있어 안티드론 통합시스템 실증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또 원자력연구원은 비행금지구역이라서 실증 목적으로 드론 비행이 가능한지 여부가 불분명했다. 아울러 실증을 위해 전파로 드론의 전파를 차단하는 제밍과 드론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도록 하는 행위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행법상(전파법, 정보통신망법) 신기술 실증 목적으로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실증 가능 여부가 모호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21일 열린 '제41차 연구개발특구위원회'에서 안티드론 통합시스템을 특구 신기술 실증특례로 지정했다. 실증특례는 전 분야의 신기술을 대상으로 기존 법령상 규제로 인해 실증이 어려울 경우, 관련 규제의 전부 또는 일부를 특구 내에서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특례 제도이다.
특구위원회는 우선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기 운용 중인 타 재난안전통신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부가 조건' 충족을 전제로 연구원 자체 재난안전통신망 무선국 설치·활용을 허용했다. 국방부는 원자력연구원 공역 내 드론 비행을 승인했고, 과기정통부는 전파 차단 행위는 전파차단장치를 신고하면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정보통신망 방해 행위에 대해선 타 정보통신망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실증이 가능하도록 허가했다.
연구 책임자인 손준영 원자력연구원 보안기술연구실장은 "지금까지 국내 주요시설에 대한 안티드론 기술 적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국내 기술이 아직 미흡한 상황인 데다 외국 장비를 도입하면 과도한 유지보수 예산과 보안성 우려가 높다"면서 "이번 실증특례로 안티드론 원천 기술의 국산화를 이루고 안티드론 분야의 국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특구위원회에서 실증특례로 지정된 건 총 5건의 안건 중 2건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헥사의 '10리터급 소용량 저장 용기에서의 액화수소 충진량 실시간 측정 기술'도 포함됐다.
액화수소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을 적용 받는데 이 법에는 액화수소의 특성을 고려한 제조·충전·저장·허가 기준과 용기·특정설비 등록 기준이 없어 액화수소를 활용한 실증 추진이 불가능했다. 특구위원회는 이 기술이 기존 수위 변화 측정 기술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미래 수소 사회에서의 기술 성장 잠재력을 고려,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다만, 산업부가 제시한 부가 조건에 따라, 사업자는 액화수소 제조시설 및 제품에 대해 자체 안전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인·허가를 받은 후 실증을 추진해야 한다. 강웅 표준연 책임연구원은 "이번 실증특례로 소형 모빌리티에 액화수소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액화수소 계량기술의 국제 표준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장관은 "연구개발특구 신기술 실증특례 제도가 특구 내 신기술의 창출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걷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된 나머지 3개 안건(방사선 기반 동물용 생독 백신, 공기 중 바이러스 포집 및 검출이 가능한 시스템, 도심지 원거리 드론 탐지용 능동위상배열 레이더)은 적극해석 과제로 분류됐다. 이는 법령개정 없이도 유연한 법령해석, 정책권고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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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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